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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의 문학과 진실의 이중주
반복의 문학과 진실의 이중주
  • 이지원
  • 승인 2021.09.0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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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철 지음 | 소명출판 | 564쪽

고요한 세상에서는

침묵을 뚫고 다시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려와야만

진실이 부활할 수 있다.

 

‘가슴 아픈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진실을 들으며 가슴이 뛴다’라는 표현도 있다. 그처럼 가슴으로 진실을 느낀다는 것은 문학적인 은유일 것이다. 그런데 은유가 현실이 되어서 진짜로 가슴이 뛰어야 진실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가슴 뛰는 진실’이라는 은유가 실제 현실이 된 세상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진실의 요구 앞에서 가슴이 동요하지 않는 사회는 차가운 세상일 것이다. 이성복은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신음을 듣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말했다. 사건이 일어나도 모두가 침묵하는 배수아의 ‘ 이상한 고요함’ 역시 그와 같은 세계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송경동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어도 아무 일도 없는 사회에 대해 노래했다. 이 같은 고요한 세상에서는 침묵을 뚫고 다시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려와야만 진실이 부활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가슴과 진실의 관계를 심장소리 같은 생명적인 반복운동과 연관해서 살펴볼 것이다. 우리는 진실이란 이성의 명령에 따르기에 앞서 가슴의 진동이 울려와야 회생할 수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인 ‘반복과 재현의 이중주’는 제임슨의 주장을 살아있는 장면으로 만들려는 모험적 시도이다. 그 과정에서 가슴의 반복운동은 ‘진실’과 ‘총체성’, ‘역사의 주체’ 같은 낡은 단어들을 버리는 대신 쇄신하게 해준다. 우리의 신무기 ‘반복’과 ‘이중주’라는 개념은 제임슨의 논의를 넘어 새롭게 윤리와 진실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준다. 미래는 테크놀로지의 혁신 뿐 아니라 인문학의 쇄신에 의해 다가온다. 이성과 정동의 결합, 재현과 반복의 이중주는 인문학의 혁신을 통해 모두가 그리워하는 윤리와 진실에 대한 도전적인 답변을 들려줄 것이다. 이 책의 ‘반복의 모험’을 통해 진리와 정의의 목마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가슴 뛰는 진실’의 목소리를 듣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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