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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단절'의 욕망이 교차한 이곳
'소통'과 '단절'의 욕망이 교차한 이곳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5.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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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현대건축-1. 이야기가 있는 건축 '상상사진관'

▲ 문훈의 '상상사진관'. 홍익대 정문 앞쪽에 위치해 있다. © 사진제공 김용관

 한국 현대건축의 흐름과 특징을 사진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획을 마련했다. 건축의 주요한 변화와 경향을 건축물의 재질, 디자인, 구조, 색감, 구성요소들 간의 관계, 주변환경과의 조화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되 해당 부분을 직접 확대해서 비평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지나치는 작지만 의미있는, 미학적인 특징과 건축적 발언이 뚜렷한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해서 비평을 해나감으로써 건축언어의 대중화와 비평의 소통성 강화를 추구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문훈의 ‘상상사진관’은 건축양식과 구조, 소재의 특이함, 건축기능 보다는 건축물에 ‘이야기’를 담아보려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문훈은 “상상사진관은 건축주와 건축가의 상상력의 시너지 효과로 탄생했다. 건축주는 사진작가이고, 스스로를 드라큐라 백작이라고 했다. 사진을 찍는 대상의 혼을 작가 개인이 그 순간만큼은 흡수할 때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오고, 이 메커니즘자체가 흡혈귀를 닮았다. 건축물에 이야기를 구성하기엔 충분했다”고 말한다.
상상사진관은 건축주의 주택과 사진 스튜디오, 그리고 임대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ㄱ'자로 놓여 있는 이 건물은 대로변에서는 전체 규모와 다양한 형태의 조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상상사진관의 형태는 상승의 에너지와 고딕시대 성의 이미지, 공간을 가로지르는 사선을 주제로 구축됐다. 내부적으로 ‘드라큐라 백작’처럼 건축주만이 드나들 수 있는 개인의 동선공간들이 계획됐다. 건물의 외관 재료는 거칠고 덜 섬세하지만 가공되지 않은 질그릇 같은 느낌의 재료를 선택했다.

▲ 문훈의 '상상사진관' 뒷 모습. © 사진제공 김용관

건축비평-문훈의 '상상사진관'

마스크 건축에 담긴 욕망의 구조

전진삼 / 건축비평가

▲건축비평가 전진삼 ©
현대건축의 한 특징은 지역의 장소성이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건물 자체의 오브제적 성격이 강하게 대두되는 반면 그것이 위치한 장소의 의미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에서도 찾아진다. 서울 도심의 로댕갤러리와 최근 완공된 삼성미술관 리움이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건축가들에게서 건물이 세워질 장소성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상상사진관이 세워진 홍대 앞 거리는 대학가라는 보편성과 인디 문화의 저변이 그 동네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는 면에서 건축가라면 누구든 장소성에 대하여 자유로울 수가 없는 곳이다. 다행히 혹자들은 상상사진관을 두고 “가장 홍대스러운 건물”이라고 칭찬해 마지않는다. 그것은 이 지역에 흐르는 문화적 정체성이 잘 반영된 건물이라는 동조임에 틀림없다.

▲ 대로변에서 본 '상상사진관' © 사진제공 이기환

   평소 에로티시즘과 건축의 관계미학에 대하여 크게 관심해온 문훈의 건축코드는 ‘몸의 공간학’을 만드는 것에 있다. 그는 상상사진관을 통해서 ‘신무당’이라는 아이콘을 만들어내었다. 그것은 건물의 탄생배경이 평범치 않음을 증거 하는 것이다. 건축은 복잡한 인간관계를 공간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건축가에게는 무당의 역을 자처하게끔 했던 이유는 아니었을까.

   상상사진관의 외관은 거칠고 어두운 느낌의 송판 노출콘크리트가 주류를 이룬다. 전체 입면은 외부로 닫혀 있는 인상이 강하여 그나마 열려 있는 개구부들조차 이 건물의 폐쇄성을 보완하지 못한다. 내부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물의 프로그램이 외부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ㄱ”자로 꺾여 있는 대지는 두 개의 도로에서 별도의 진입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이 건물은 건축주의 의향에 맞추어 의도적으로 대지 내 통과동선을 불허했다. 이 동네의 향락적 밤 문화가 배설하는 역겨운 행태를 건축주가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질세라 건축가는 전혀 다른 두 개의 마스크를 이 건물에 씌웠다. 대로에 면한 마스크가 임대성격이 짙은 상업공간의 몸짓이라면 골목길에 면한 다른 하나의 마스크는 극히 사적인 건축주의 취향을 담아내고 있다.

▲ 상상사진관의 뒷 모습. © 사진제공 이기환

   이 건물은 사회와 ‘단절을 욕망하는’ 건축주와 ‘소통을 욕망하는’ 건축가가 만나서 만들어낸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건축주는 건축가가 공간을 통해서 실천하고자 하는 소통의 구조를 수용하려든다. 속으론 싫을지 몰라도 겉으론 동조해온 게 일반정서다. 그렇게 탄생한 건축물들은 공간적 이야기 구조를 가지면서 그럴싸한 논리로 포장된다. 건축의 공공성도 개입된다. 그러나 이 집주인은 생각이 달랐다. 그런 ‘다름’이 이 집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임에 분명하다.

   그로써 상상사진관에 도입된 일견 과격해 보이는 디자인의 언어들은 형태의 왜곡을 야기하며 홍대 앞 동네의 ‘풍경으로서의 건축적 정체성’에 의문을 가하게 하는 도발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그것에 반응하는 개개인들의 느낌에는 편차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의 자기주장에 지역의 장소성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필자소개:간향미디어랩 대표이며 건축발전연구소 소장. 비평집 <건축의 불꽃>등 다수의 저작물 발간. 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며, 월간<공간 SPACE>편집장 역임하고, 월간<건축인 POAR>를 창간하여 편집인 및 주간 역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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