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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성어로 보는 세상(4)暴虎馮河
한자성어로 보는 세상(4)暴虎馮河
  • 김풍기 강원대
  • 승인 2005.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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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진정한 용기를 구분하라

폭호빙하(暴虎馮河) :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고 걸어서 황하를 건너다. 자신의 힘과 용기를 과신한 나머지 무모하게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을 말함.
<論語, 述而편>

사회 곳곳에 폭력이 난무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사실 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진회니 조폭이니 하는 것들이 각종 매체를 淪漫?자주 언급됐다. 사회의 부정함을 폭로하고 그 문제에 대해 함께 걱정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 폭력성의 심각함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력은 미화되기 일쑤였다. 영상매체에서 다루어지는 폭력 조직이나 싸움 장면이 아름다운 화면으로 포장되는 바람에, 그 이면의 본질을 꿰뚫는 힘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킨 것이다. 물론 모든 청소년들이 그렇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폭력의 일상화를 심각하게 반성해 볼 지경까지는 이른 게 아닌가 싶다.

문제가 어디에 있을까.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진단은 다양하게 나타나겠지만, 아마도 진정한 용기와 힘이 무엇일까에 대한 깊은 생각이 부족한 것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조선 후기의 문인 李鈺은 張福先을 협객의 전형으로 소개한다. 장복선은 무술에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느라 공금횡령의 혐의를 쓰게 됐지만 자신을 위해 변명하지 않고 형장에 끌려 나간다. 그가 처형 당하려는 순간, 그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몸에 지니고 있던 패물과 돈을 던져주자 삽시간에 부족한 공금을 메꾸었다는 것이다. 공금 횡령이라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어려운 백성들을 위해 공금을 사용했으니 사욕을 위해 횡령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형장에 당당히 걸어나갔으니, 그러한 풍모야말로 진정한 용기를 지닌 협객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힘이 있다고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황하를 걸어서 건너는 것은 오히려 자기과시의 성격이 짙다. 내가 하는 일이 비록 옳다고 생각되어도, 많은 토론과 사회의 검증을 거쳐서 진정한 용기와 힘으로 전환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내게 주어진 힘만을 믿고 다른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길로 잡아끄는 것은 ‘깡패의 논리’다. 진정한 지도자는 내 힘이 깡패의 논리에 지배되는 것은 아닌가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
김풍기 / 강원대 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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