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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쟁점_위기의 소나무
사회쟁점_위기의 소나무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4.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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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년 후 멸종위기…대책마련에 의견대립 분분해

 ‘소나무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양양 산불로 불타버린 곳은 전부 소나무림이었다. 소나무 재선충 감염이 빠르게 번지는 것 역시 소나무 위기론을 부추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재선충 감염으로 약 1백년 후엔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멸종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그동안 개발명분으로 소나무 벌채가 무분별하게 이뤄졌고, 방치된 임지가 활엽수림으로 바뀌어 소나무 수가 급격히 감소해다. 생태적 천이로 볼 때도 소나무는 쇠퇴 일로에 놓여있다. 위기에 처한 소나무의 현실을 살펴봤다.

소나무의 위기에 대한 관의 대응은 미미하다. 지방자치단체엔 산림관련 부서가 없는 곳이 수두룩하고, 산림청예산규모는 정부예산 1%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주요 쟁점마다 학계내부 뿐 아니라, 시민단체와도 의견이 엇갈려 합의점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것 역시 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한 몫 한다.

우선 동해안 산불지역 복원문제부터 그렇다. 소나무를 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 우선 자연상태로 뒀을 때, 동해안지역을 활엽수가 우선 점한다면, 소나무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정연숙 강원대 교수(식물생태)는 지난 2000년 고산 산불 때부터 ‘소나무조림’을 반대해 왔다. 자연스럽게 싹트는 활엽수림을 제거하고 비용을 들여 소나무를 키울 필요는 없다는 것. 단순히 비용문제를 떠나서도, 소나무림은 인공조림이기에 반생태학적이라는 비판이다.

반면, “소나무림으로 가꿔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전영우 국민대 교수는 “이 지역 소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라고 강조한다. 소나무는 목재 중 가장 뛰어나며, 산림경관의 가치나 송이산지로서의 역할, 하물며 그 뿌리에서부터 이파리까지 부산물조차 모두 쓰임새가 높다. 그러나 꼭 경제적 관점에서만은 그런 건 아니다. 임주훈 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생태적 천이에 따라 당분간 활엽수림이 우세하겠지만, 결국엔 소나무림으로 환원될 것”이라고 본다. 동해안 지역은 땅이 척박해서 결국 참나무 생장이 멈춰버릴 것이라는 견해다. 임 씨는 “활엽수림과 소나무림중 어떤게 우점할지는 30년 정도가 지나야 알 수 있지만, 척박한 땅이기에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소나무가 점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토양성분이 많이 좋아져서 활엽수가 잘 자랄 것이라는 반대의견들도 나온다. 이규승 강릉대 교수는 “강원도 지역을 그냥 방치하면 30~40년 내에 소나무숲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어쨌든 자연적 상태와 관계없이, 전문가들 상당수는 “경제적 가치를 위해서라도 소나무림은 어느 정도 보존돼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런 의견들도 혼합림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소나무가 불에 잘 타는 성질이란 건 누구나 알기에, 활엽수 방제는 필요한 것이라 본다. 그러나 구창덕 충북대 교수(산림생태)는 “자칫 이번 산불을 소나무 탓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라며 “소나무림은 유지하되 활엽수림으로 방화띠를 형성하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논쟁은 자연스럽게 자연복원과 인공복원간 쟁점으로 연결된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자연복원과 인공복원이 때와 곳에 따라 적절히 혼합될 것엔 동의한다. 이를테면 산사태 등을 막기 위해선 자연복원을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 그럼에도 아직까지 생물·생태학자들은 자연복원을 주장하는 쪽이 많고, 임학자들은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인공복원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배상훈 산림과학원 연구원은 “대부분 산지가 사유지이므로,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라고 본다. 자연복원은 사회적 부담이 상당히 따른다는 얘기다. 또한 배 씨는 “땅이 넓다면 모를까, 국토가 좁으므로 산림도 효율적으로 가꿔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슈가 또한 소나무 재선충 확산이다.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리는 이 병에 걸리고 한달만 지나면 잎이 모두 붉은 색으로 변하고 말라 죽는다. 이 병은 매개물인 솔수염하늘소가 옮기는 건데, 한쌍의 재선충은 20일만에 20만 마리로 급격히 불어난다.

지난 1988년 부산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던 재선충은 최근 포항 등지로 확산되면서 그 피해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국립과학원의 통계에 따르면, 재선충으로 약 1백년 후에는 한국땅에서 소나무가 완전히 소멸될 수도 있다고 한다.

최근 ‘솔바람 모임’이란 단체에서 소나무 재선충 방제를 촉구하고 나섰는데, 그러나 이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실정이다. 문제는 이미 죽은 소나무는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만은 막자는 건데,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이냐다. 전영우 교수는 “더 이상 항공살포를 피할 순 없다”라고 보는 입장이다. 환경오염 우려에 대해선 “전면부정할 순 없지만, 오염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심험들이 나왔다”라고 말한다. 다른 한편, 환경단체 등 생태주의자들은 약제살포를 반대한다. 산을 보호한다는 것은 나무 뿐 아니라 다른 동물, 곤충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인데, 약제처리는 생태계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는 “약제처리를 한다 해도 넓은 지역에 전부 살포할 순 없다”라는 게 배상훈 씨의 의견이다.

그러나 대부분 학자들이 이 점에 대한 견해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 김진수 고려대 교수(산림유전학)는 “환경도 보존하면서 재선충도 막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하면서, “자칫 환경오염문제로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의견표명을 꺼린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의견충돌 때문에 자칫 소나무림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 남쪽지방에만 한정되어 있는 재선충이 북상한다면 손쓸 틈도 없이 전국의 소나무를 감염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경고는 중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소나무의 위기 원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재정확보나 지원체계, 법률이 미비하고, 국민들의 역시 공공재로서 누리기만 할뿐 세금을 들여 산림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식은 전무하다는 비판이 많다. 선진국들은 임업분야에서도 이미 선진적 제도의 의식을 갖춰나가고 있다. 미 부시행정부는 ‘건강한 산림복원법’이란 걸 제정해 산불, 병충해에 강한 숲을 만들고 있다. 솎아내기도 대대적으로 시행중이다. 배상훈 씨는 독일의 사례를 모범사례로 꼽는다. “독일은 산림소유주들이 경제적 관점에서 산림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지원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진수 교수는 “가장 시급한 건 어떤 숲에 소나무가 적합한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전혀 없다”라며 첫째, 기본적인 연구의 시급함과, 둘째,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 옮겨다니는 소나무 심기를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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