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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동 계명대 교수 “보편적 과학윤리가 돈·권력 유혹 막는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 “보편적 과학윤리가 돈·권력 유혹 막는다”
  • 김재호
  • 승인 2021.08.24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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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_『내일 날씨, 어떻습니까?』 쓴 김해동 계명대 교수

기후변화, 관측자료 부족으로 불확실하다

“기후재난은 인류가 감내하기 어려운 상태에 와 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대기환경모델링)는 기후변화 문제가 현재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상승 폭과 시기가 앞당겨진다고 한다. 최근 김 교수는 기상학자로서 기상학의 역사와 지구 기후위기를 다룬 『내일 날씨, 어떻습니까?』(한티재)를 출간했다. 지난 16일 김 교수를 서면 인터뷰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일본 동경대학에서 지구물리학(대기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기상청 기상연구소 연구관을 역임했다. 김 교수는 기후학, 에너지와 대기오염 등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사진=김해동

그리스 에비아섬 산불이나 중국 허난성과 일본의 홍수 등 날씨가 극단으로 치닫는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후변화가 지역의 특수한 상황과 직결되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기후 격자모델링이 가진 한계점도 지적된다. 김 교수 역시 책에서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의 이상기후 현상에 대해서 그것의 원인이 기후변화일 것이라고 쉽게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관측 자료의 부족으로 그것은 불확실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는 없는 것일까? 김 교수는 “지구평균온도를 말할 때에 1850년경부터의 관측 자료를 사용하지만 그 당시 기상관측 지점이 도대체 몇 군데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오늘날에도 지구 평균온도를 산출하는 데에 사용하는 관측지점은 불과 5천여 곳에 불과하다”라며 답했다. 심지어 기상관측 지점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과연 지구평균온도가 몇 도이고 얼마나 오르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교수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은 지구온난화 현상과 자연주기 현상이 겹쳐서 나타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라면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없었다면 2018년 동아시아 폭염이나 금년 북미 서부지역의 폭염은 발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은 통계학적 방법을 통해서 입증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열정·사명감으로 기상학 업적 남긴 과학자들
정부가 투입하는 고액 사업비만으로 위대한 성과 안 나와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은 날씨. 기상, 기후의 차이점이다. 김 교수는 “날씨는 그날그날의 하늘 상태로서 기상과 같은 의미”라며 “기후란 어떤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나타난 기상의 평균치를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학에서는 일반적으로 30년 동안의 평균을 기후 값이라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기상학의 역사를 보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과학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내일 날씨, 어떻습니까?』엔 일기예보의 지평을 넓힌 노르웨이 출신 V.비야크네스(1862∼1951)의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식량 부족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서 기상정보를 제공하기로 한 노력들이 주목된다. 또한 노르웨이 학파에 참여하고 비야크네스 문하에서 십년 가량 연구했던 로스비(1898∼1957)는 수치예보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로스비와 비야크네스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어느 분야든 훌륭한 지도자는 엄청난 업적을 이뤄낸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내 기상청에 대한 예산·인력 부족, 국민들의 낮은 관심도는 날씨정보가 돈이고 국력인 시대에 문제로 지적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기상학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낮은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기상학이 빠르게 발전해가던 시기에 우리나라가 일본식민지 시대를 겪었다는 사실 때문이다”라며 “과거에 기상정보는 중요한 국가기밀로 취급받았다. 그래서 식민지 시대에는 식민지 국가의 사람들은 기상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나라의 기상학은 해방 후에 미 공군에 근무하면서 일기예보를 익힌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됐다”라며 “그 결과 기상학의 출발이 많이 늦었고 기상정보를 산업 분야에 활용하는 시도도 늦어졌다”라고 답했다. 

책에는 김 교수가 일본 동경대학 유학시절 얘기가 등장한다. 지도교수인 기무라 교수와의 일화가 인상적이다. 국내 대학원생들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일본의 유학과 좋은 지도교수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제가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지도교수가 할애해준 시간과 관심에 비해, 요즘 우리나라 대학원생들이 받는 혜택은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특히 학위논문 심사과정의 헐거움은 가슴 아픈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그 원인에 대해 김 교수는 “대학교수의 역할에서 교육에 쏟아붇는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잘못된 풍토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교수들에게 교육, 봉사, 연구 3개 분야에 걸쳐서 매년 탁월하기를 요구하는 과도한 기대(교수업적평가시스템)가 오히려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의 가치조차 하찮게 만들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과도한 기대·평가로 교육에 집중 못해

『내일 날씨, 어떻습니까?』에서는 과학의 지향점 관련, 자연의 신비로움을 밝혀내고자 하는 과학낭만주의와 인간과 사회 문제 해결 중심의 과학만능주의가 등장한다. 또한 인간 중심 환경주의와 모든 생물이 공생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주의가 언급된다. 과학의 지향점은 지금도 논쟁 거리다. 국내 사정은 어떨까? 김 교수는 “이 문제를 지적한 이유는 과학 역사상 위대한 학자들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달성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라며 “업적은 정부사업의 필요에 따라서 고액의 연구비가 투입된 과제 수행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투입하는 연구개발비는 사실상 사업비로 분류되어야 할 수준의 것으로, 정부의 필요에 따라서 수행하는 사업에 투입되는 것이 대부분이다”라고 답했다. 과학자들의 열정과 사명감이 중요할까, 아니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급선무일까. 김 교수는 “제가 책에서 소개한 기상학을 만들어온 위대한 기상학자들은 대부분 열정과 사명감으로 연구하여 일가를 이룬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이 악용되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 후지와라 사쿠헤이(1884∼1950)의 사례는 과학자가 어떻게 오용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후지와라 효과(연이어 발생한 태풍이 근접해서 이동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진로를 복잡하게 만들고 갑작스럽게 규모를 키워 기상재해를 가중시키는 현상)’ 등을 발견하고 기상학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군부의 요청으로 풍선 폭탄을 개발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전범으로 처분 받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자들은 자신의 지식이 인류 공영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보편적 과학윤리를 가져야 한다”라며 “과학기술자들이 편협한 애국심에 빠진다든가 현찰이나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면 그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과학기술자들은 자신의 지식이 보편타당하듯이, 그 지식이 인류 모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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