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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무용에서 민속까지, 살아있는 무용 역사
궁중무용에서 민속까지, 살아있는 무용 역사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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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우리춤 이야기』 김천흥 지음| 하루미 외 엮음| 민속원 刊| 2005

百壽를 바라보는 심소 김천흥의 무악생활 80년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살아있는 한국춤의 역사’로 일컬어지는 그가 지난 1954년부터 써왔던 글들 82편이 묶였다. 

1922년 13세의 나이에 이왕직아악부 아악생양성소에 입소해 궁중음악과 무용을 배웠던 김천흥은, 이듬해 봄엔 舞童으로 뽑혀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 앞에서 궁중무용인 呈才를 추었던 인물이다. 이후 궁중무용가로서 활동했던 그는 그러나 1950~60년대에는 ‘민속무의 대가’로 알려질 만큼 많은 민속춤을 추기도 했다. 궁중 아악부원으로 활동하던 중에 한성준에게 민속춤인 승무를 배웠던 바 있고, 이후 민속악무를 접하면서 춤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보고서’ 작성과 후진양성에도 힘썼다. 그의 대표작인 무용극 ‘처용랑’(1959년)과 ‘만파식적’(1969년)은 소재, 춤사위, 구성방식에서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 작품으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와중에도 그는 틈틈이 글로써 한국무용에 대한 기록을 남겨왔다. 1부 ‘우리춤에 대한 想·筆·談’에는 1954~2004년까지 발표한 수필과 단편글, 학술보고서와 강연자료, 인터뷰와 대담내용이 담겼는데, 민족무용에 대한 진단과 전망, 처용무와 궁중무의 계보, 계승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평의 기능을 함과 동시에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학술·강연자료는 고전무용법을 자세히 풀어쓴 것 뿐만 아니라, 한국전통무용의 통사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채희완 교수와의 대담이나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 보따리는 말그대로 듣고싶었던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놓음으로써 한국무용사를 눈앞에 재현시켜놓는 듯하다.

심소는 1980년대에 이르러 다시금 呈才 재현 작업에 힘을 쏟으며, 궁중무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기틀을 만들어왔다. 60여년 전 황제 앞에서 추던 궁중무를 다시 춘 것이다. 물론 정제는 지배계급의 정치이념을 표현했던 춤이긴 하다. 그러나 이후 민간 춤과의 꾸준한 교류로 오늘날 정재재현 작업은 20세기 한국춤사에서 매우 중요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이 책의 후반부가 바로 이러한 내용들을 담았는데, 1984~1995년까지 ‘무용한국’에 연재했던 ‘궁중무용의 유형별 고찰’을 재손질해 실은 것이다. 50여편의 궁중무용 원전자료 풀이에서부터 전통춤 명인들의 소평전에 이르기까지 우리춤의 속살에 대한 저자의 박람강기가 잘 나타나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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