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4:45 (일)
역사와 자유의식
역사와 자유의식
  • 이지원
  • 승인 2021.08.12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드레아스 아른트 지음 | 한상원 옮김 | 에디투스 | 192쪽

독일 68혁명 세대의 대표적 지성이자 헤겔 연구의 권위자인 안드레아스 아른트의 책 『역사와 자유의식』은 제목에서부터 다분히 게오르크 루카치의 저 유명한 『역사와 계급의식』을 떠오르게 한다. 이 야심 찬 제목은 루카치의 책에 대한 오마주도 패러디도 아닌 전면적 사유의 전환을 겨냥한 것이다. 루카치 이래의 오랜 헤겔-맑스주의 전통은 주지하다시피 변증법적 방법을 둘러싼 헤겔과 맑스의 비교 연구였다. 아른트의 책은 이에 대한 대담한 도전으로, 헤겔과 맑스를 결합하는 심급을 일거에 이동시킨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자유의 실현’이라는 관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것은 “인간의 해방이 자유의 이름으로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 아래 헤겔과 맑스의 사상을 전면 재구성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헤겔-맑스주의 가능성을 묻는 일이며, 이를 통해 헤겔과 맑스 모두가 역사적으로 받아 왔던 비난, 즉 개인이 아닌 전체의 관점에서 사고하며 이로 인해 전체주의나 관료 독재를 정당화했다는 시선에서 벗어나, 개인적 자유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두 사상가를 결합시키려는 과감한 시도가 될 것이다.

만일 대안적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면, 우리는 개인적 자유를 보장할 법/권리의 차원을 벗어날 도리가 없다. 책의 말미에 전 근대적 정치적 인륜성의 틀 속에서 자신의 공산주의 비전을 제시하는 알랭 바디우를 통렬히 비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헤겔-맑스주의 연구의 새로운 지평이 아닐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