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눈은 철거와 잔류가 공존하는 이천오년 초입의 하월곡동 막다른 골목에서 깜빡였다. “사람을 찾습니다. 특징을 말씀드리자면.... 대화 시 무의식 중 ○○○를 사용합니다. 일정한 직업이 없으며 새벽이나 밤늦은 출입이 잦습니다. 은연 중 정부시책을 ○○하고 ○○를 찬양합니다. 민심을 혼란시킬 ○○○○를 유포하고 다닙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외국에 출입합니다. 출처불명의 돈을 잘 씁니다. 기타 ○○○ 또는 ○○이 수상합니다.”
이런 사람, 어디에 있을까. 알더라도 떠들지는 말자. 크게 다치는 수가 있다. 저~기 여의도동 1번지에만 3백명에 육박하는 ‘그런 사람’들이 암약하고 있다. 이건 공공연한 비밀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그런 사람’ 암약설을 폭로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를 양심고백한 주성영 씨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되묻는, 시대의 울림이었다. 그래도 우리, 떠들지는 말자. 특히 사진에 적힌 것처럼, 국가안전기획부나 서울대공상담소, 가까운 군부대로 다이얼을 돌리지는 말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국가안전기획부나 서울대공상담소, 가까운 군부대보다 힘이 센 법이니까.
겨우 한 가닥 날줄과 씨줄로 엮인, 시공간의 부스러기인 사진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초라하다. 선거철 벽에 나붙은 인자하고, 지성적이며, 조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듯하면서도 내 이웃의 어려움도 잊지 않고 보살필 것만 같은 모습으로 제시되는 ‘그런 사람’들의 사진이 보여줄 수 있는 게 사실은 궁색한 것처럼.
노순택 /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