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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앙념치킨에는 독일 리슬링 와인이 좋아요
삼겹살·앙념치킨에는 독일 리슬링 와인이 좋아요
  • 이자윤
  • 승인 2021.08.03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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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음식』(백산출판사 | 300쪽)

생소한 와인용어 모르더라도
와인과 음식 색 맞추는 게 기본
혼술에서 ‘홈술’로 바뀌는 문화

“특별한 날에 와인을 따는 것이 아니라, 그 와인을 따는 날이 특별한 날이 되는 거야.” 영화 「사이드웨이(2004)」에서 주인공 마야가 읊는 대사다. 와인은 함께 마시는 상대와 함께 먹는 음식, 분위기 등 주변 요소에 따라 와인에 대한 맛이 달라지는 요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음료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즐기는 자리라면 어떤 와인이라도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야외에서도 도시락과 함께 간단히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이자윤 교수는 최근 『와인과 음식』(백산출판사 | 300쪽)을 출간하며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의 궁합을 쉽게 설명했다. 사진=백산출판사

일반적으로 와인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와인의 경험치가 누적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고, 누적된 경험치 이상으로 새로운 와인이 쏟아져 나오기에 모두 접할 수 없어서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손쉽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꿀팁을 제시해본다. 

가장 첫 번째는 어떤 음식과 와인을 페어링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생선에는 화이트, 고기에는 레드 조합은 ‘1 더하기 1은 2입니다’와 답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와인이 좋다고 해도, 알코올음료이기에 음식과 함께하지 않으면 다음날 숙취를 피할 수는 없다. 와인의 종류 못지않게 음식의 종류도 많지만, 가장 간단하고 중요한 법칙은 완성된 음식의 색과 와인의 색을 맞추는 것이다. 

소고기는 레드와인의 타닌 정도 고려해 선택

같은 생선회이더라도, 광어회를 선택하느냐 참치회를 선택하느냐 연어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와인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다. 광어회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같이 산도가 톡톡 튀는 와인과 매우 조화롭고, 지방질이 많은 참치회는 산도가 높은 레드와인, 예를 들면 남아공의 피노타쥐와 잘 어울린다. 연어회는 연어스킨 색처럼 곱고 아름다운 로제와인과 환상의 궁합을 느낄 수 있다. 

고기류는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불에 익기 전과 익고 난 후의 색깔이 다른데, 특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울 푸드인 삼겹살은 구우면 옅은 회색빛이 난다. 따라서 삼겹살과 독일의 리슬링과 함께 곁들이면 ‘삼겹살에는 소주’라는 공식이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질 것이다. 리슬링 품종은 산도와 당도의 조화가 매우 훌륭한 품종으로 삼겹살의 느끼함은 산도가 잡아주고, 돼지고기에 함유된 비타민 B군의 단맛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소고기에는 레드와인이기는 하지만, 등심구이인지, 불고기인지, 양념갈비인지에 따라 레드와인에 함유된 타닌의 정도를 고려하여 선택하면 된다. 

치맥(치킨+맥주)이 아닌 치와(치킨+와인)의 조화, 특히 뵈브클리코와 치킨의 조화는 마치 고급레스토랑에서 와인마리아주(mariage)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진=백산출판사

가금류의 대표주자인 닭요리는 한국인의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닭고기는 불에 익히기 전에는 핑크색이지만, 불에 익히면 흰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삼계탕으로 요리할 때와 닭볶음탕으로 요리할 때 완성된 음식의 색이 확연히 차이가 있다. 삼계탕인 경우는 완성된 요리의 색이 흰색이므로 화이트와인과 어울리는데 특히, 칠레 혹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와 매우 잘 어울린다. 닭볶음탕은 매콤한 붉은색의 양념이므로 앞서 설명에 따르면 레드와인과 어울리지만, 레드와인의 타닌과 매운맛은 상극이다. 따라서 이탈리아의 브라퀘토 다퀴, 호주의 씨에나와 같이 달콤한 레드와인과 잘 어울린다. 

치킨은 ‘치맥’이라는 단어가 전 세계 유행어가 될 정도로 치킨과 맥주가 찰떡궁합이라고 생각하지만, 와인과의 궁합이 건강적인 측면에서는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후라이드 치킨인 경우에는 스페인의 까바, 양념치킨인 경우에는 독일의 리슬링과 함께 한다면 무릎을 탁 칠 수 있을 만한 조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팁은 와인과 어떤 음식을 먹을지 결정하기 전이라면, 와인이 생산된 지역을 확인하면 어느 정도 와인에 대한 예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상파뉴의 경우 바람도 많이 불고, 여름철에도 햇볕보다는 회색의 구름이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상파뉴에서 생산된 샴페인의 산도가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이런 날씨 때문이다. 즉, 날씨가 서늘한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대체적으로 산도가 높다. 프랑스 남부의 론, 루시옹 지역의 경우에는 올해의 우리나라 여름 날씨처럼 뜨거운 태양아래 거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의 연속이다. 이에 따라 포도들도 태양의 열기를 견디기 위해 껍질이 두꺼워진다. 따라서 타닌감이 매우 풍부하고, 알코올 도수도 높으며 묵직한 스타일의 레드와인이 생산된다. 

치킨과 와인의 궁합이 건강에 더 좋아

1988년 와인수입 자유화 이후 2021년의 와인업계는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다양한 문화 및 음식의 경험치가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2020년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각종 모임에 대한 규제와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소비자들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홈술’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혼술’이 유행을 하더니 이제는 글자 하나만 바뀐 홈술이 유행을 하면서 와인에 대한 관심과 소비는 매일같이 상승하고 있기에 백화점 및 대형마트는 와인코너를 확장하고 있고, 편의점 및 소매점에서도 와인코너를 신설하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다양한 와인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늘의 별보다 많은 것이 와인이라고 할 만큼 와인의 종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 이상이다. 또한 매해마다 와인은 생산되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마다 기후가 조금씩 바뀌어가면서 같은 와인이라고 해도 빈티지별로 차이가 있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와인의 숫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와인의 열풍으로 와인을 즐기고 싶지만, 와인병에 표기된 와인용어(예를 들면, 포도밭, 등급, 포도품종 등)를 해석하지 못해 수많은 와인 중에서 내가 원하는 와인, 내가 마시고 싶은 와인을 고르지 못해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어려운 와인용어들을 모르더라도 와인을 구매할 때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꿀팁을 제안했다. 자! 오늘은 와인 한 잔 어떨까. 

 

 

이자윤
백석예술대 외식산업학부 교수

세종대에서 호텔관광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마스터소믈리에 와인컨설턴트과정, 보르도 CAFA, 부르고뉴 CFPPA, 독일, 남아공 등에서 와인 아카데미를 연수했다. 베를린 트로피 와인, 아시아 트로피 와인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는 『와인과 소믈리에론』, 『와인과 음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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