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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루덴스]-사진작가 김주환 동국대 교수
[호모 루덴스]-사진작가 김주환 동국대 교수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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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28 16:02:56

보이는 현상 뒤에 가려진 진실을 미세한 떨림으로 포착해내는 사진. 사람은 출생 사진으로 삶을 시작해 영정 사진으로 마감한다. 生의 처음과 끄트머리를 사진이 열고 닫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진이 인간 삶의 진실과 가깝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지도 모른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유한한 것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한 순간의 감동을 위해.

이학박사이면서 사진작가인 동국대 김주환 교수(지리교육과) 역시 차가우면서 따뜻하고, 고요하면서도 활달하고, 찰나인 듯 하지만 영원한 사진의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다른 예술장르들이 타고난 재능을 요구하고, 근엄한 얼굴로 평범한 이들의 접근을 막는 것과 달리 사진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물론, 사진이 쉽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노력에 따라 어떤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 아닐까요.”그가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전공 연구 때문이었다. 지정학·지리학 연구에서 사진은 수많은 지정학적 증거들을 수집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동굴과 협곡과 기암괴석들, 우리 땅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지정학적 현장들을 훑어가다가 사진의 세계에 매료되었고, 전공을 뛰어넘어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모아 1979년에 처음 전시회를 연 뒤 지금까지 십여 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여러 대회에서 상도 탔다. 현재는 한국사진작가협회 학술평론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합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자신의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재미가 없으면 에너지가 발산되지 않습니다.” 그는 사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觀’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곧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다. 작가의 시각에 따라 사진은 확연히 달라진다. 사물의 내면까지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되었을 때, 궁극적으로 그가 찍고 싶은 대상은 바로 ‘돌’이다. 우리 주위에 워낙 흔한 것들이라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돌 하나하나는 광물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색채와 독특한 구조, 저마다의 신비스러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서다. ‘돌 하나 제대로 찍기 위해’ 몇십 년 동안 연습해오고 있는 셈이다. 그는 사진 찍는 재미를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 자신과 가까운 것이 가장 훌륭한 피사체라고 믿는 그는 틈나는 대로 동국대학교 구석구석을 찍고 있다.
“정년퇴임 전에 ‘아름다운 우리학교’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면 어떨까, 사진만 모아놓은 홈페이지를 어떻게 꾸밀까, 늘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삽니다.”스스로를 엉뚱하다고 표현했지만, 그 ‘엉뚱함’이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덕목인 듯하다. 고요한 풍경 위로 언뜻 스쳐 지나는 영감을 포착하듯, 엉뚱하고 재미있는 발상이 나른한 일상에 윤기를 더하는 것인지도. 그가 평생 사진기를 놓지 않으려는 까닭은, 같은 모습 뒤에 매번 다른 진실을 찾아내는 사진의 섬세한 본질 때문은 아닐까.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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