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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고민하는 제자들에게... 삶의 여정에서 대학이란
진로를 고민하는 제자들에게... 삶의 여정에서 대학이란
  • 최승후 대화고 교사
  • 승인 2021.07.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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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후 교사는 제자들에게 "대학의 서열 보다는 학과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진로를 정할 때는 특정 직업보다는 넓은 분야를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픽사베이
최승후 교사는 제자들에게 "대학의 서열 보다는 학과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진로를 정할 때는 특정 직업보다는 넓은 분야를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픽사베이

 

대학(大學)은 말 그대로 큰 학문을 배우는 최고의 교육기관을 말합니다. 대학은 지성의 전당인 상아탑(象牙塔)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학생의 꿈과 끼는 온데간데없고 볼썽사나운 욕망의 메커니즘만 오롯이 남아있습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 교육의 본질은 사라지고 대학 입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과잉경쟁과 과잉변별의 약육강식 전쟁터에 우리 아이들이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대학의 서열을 분류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폭력적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습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약 68%로 미국의 40%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 숫자는 198개(2018년 8월 기준)이며, 전문대학은 135개(2019년 8월 기준)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대학은 많은데 학령인구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어서 대학을 못가는 게 아닌 안 가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흉흉한 ‘벚꽃 엔딩’ 괴담이 돌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대학의 서열을 따지기보다는 미래사회에 적합한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학과 위주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대학중심에서 학과중심으로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는 쪽으로 학부모의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앞으로는 학벌 중심의 시대가 아니라 학과 중심의 시대입니다. 대학은 점수로 서열화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학과는 점수로 서열화하기 어렵습니다. 학과는 특성화로 구별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꿈과 끼에 맞는 진로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문과라도 진로에 대한 확신있으면 괜찮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 ‘지여인(지방대 여자 인문계)’ 등의 말이 대변하듯 인문계의 직업전망은 어둡고, ‘공바라기(공대생이 되고 싶은 인문계생)’처럼 공학계열의 취업률은 계속 장미빛 미래일까요? 학생·학부모들이 진로 탐색과 디자인에 소홀하다면 시시때때로 발표되는 통계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취업률에만 얽매여 학과와 직업을 결정하는 것은 100세 시대에 적합한 판단이 아닙니다. 대학생 10명 중 7명이 “현재 전공 선택한 것 후회한다”는 신문 기사는 우리에게 함의하는 바가 큽니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문송합니다’는 ‘문행합니다(문과라서 행복합니다)’로 바뀔 수 있고, 통계수치도 전공별로 더 잘게 쪼개 보면 여러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자기주도적 진로 디자인 능력이 더욱더 중요합니다. 

대학 홈페이지 통해 학과 정보를 스크랩 하라

먼저 진로를 정할 때는 직무∙직업보다는 일하고 싶은 분야, 공부하고 싶은 분야로 범위를 확대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의사’라는 직업보다는 ‘의학 분야’로 진로 분야를 확장해 보는 것이죠. 예컨대 100세 시대에 의사만 치료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의학 장비, 의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학 전문가를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라고 꿈을 미리 한정짓지 말고 ‘교육 분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교육이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 공공기관, 학원, 온라인 교육,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축구선수가 꿈인 학생이 축구를 잘 못해 축구선수의 길을 못 걷게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축구 해설위원이나 스포츠 에이전트의 분야로 진로를 변경하면 되니까요. 스포츠 에이전트가 될 학생이 손흥민처럼 축구를 반드시 잘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요? 일하고 싶은 분야,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정해졌다면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유형을 선택하면 됩니다. 고입 관련 정보는 ‘고입정보포털’과 ‘고등학교 입학∙전학 포털시스템‘, ’학교알리미’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유형을 정한 뒤에는 교육과정, 학교환경과 전통, 진로∙진학∙취업 프로그램과 그것을 운용할 전문가 유무, 특색사업, 장학금, 남고·여고·공학 유형, 통학거리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적성검사는 커리어넷, 워크넷, 지역별 진로진학정보센터의 무료진로적성검사 등을 참고하면 됩니다. 커리어넷은 회원가입 뒤 ‘진로심리검사→심리검사→직업적성·흥미·가치관검사→진로성숙도 검사’ 순서로 직접 해보면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커리어넷에서는 온라인 진로상담, 진로교육콘텐츠를 활용한 원격수업도 받을 수 있습니다. 워크넷은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고 있어서 청소년-청년-성인-중장년까지 대상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진로∙직업∙학과 정보는 ‘대입정보포털(어디가)’,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 ‘메이저맵’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학과정보는 진학하려는 대학의 학과 홈페이지를 탐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교육과정, 동아리, 배우고 싶은 희망전공과목 내용, 졸업 후 진로 등 전공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찾아 정리하고 스크랩하길 권합니다. 대학에서 발간하는 ‘학과 가이드북’도 요즘 잘 나와 있고, 대학 전공 관련 책들도 출간이 많이 되어 있어서 참고하면 유용합니다. 담임교사, 진로교사, 졸업한 선배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됩니다.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이 중요해지면서 조기 진로설계가 중요해졌습니다. 진로설계가 일찍 이뤄지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전공과 관련된 교과 수업시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성취동기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고1 겨울방학 때까지 전공 학과를 정하면 대입 전략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했어도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교내활동에 참여하고 기본이 되는 교과 공부에 충실하다 보면 전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과 공부를 하는 것은 마치 저축이나 보험 같아서 훗날 어느 방면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죠. 스탠퍼드대 존 크럼볼츠 교수는 ‘계획된 우연 이론’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80%는 지금의 성공을 목표했거나 계획했다기보다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진로희망’이 반드시 3년 동안 일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1 때는 대학과 직업의 굴레에만 얽매이지 말고 지적 호기심과 유연성을 갖고 다양한 활동과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를 차분히 결정하면 됩니다. 

 

 

최승후 대화고 교사
대화고 3학년 부장교사와 국민대 교육대학원 진로진학상담학과 겸임교수를 맡고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와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대표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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