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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한국 경제를 보는 한 관점
기고_한국 경제를 보는 한 관점
  • 김재훈 대구대
  • 승인 2005.03.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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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외자의존 견제하되, 한국인 역량 믿어볼 것

▲김재훈 교수 ©
김재훈 / 대구대 경제학

최근 한국경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주주중심형 자본주의냐 혹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냐에 관한 논의가 많다. 그러나 이제 한국경제 방향은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총론적, 연역적으로 선택할 것이 아니라, 각론 차원에서 귀납적으로 골라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최근 신자유주의 비판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세계경제 및 우리경제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는 것이며 그만큼 영미형 자본주의의 힘이 크다는 얘기다. 대외적인 영향력과 그 내부 시스템의 측면을 나눠 봐야 한다. 자본주의 이행에 관한 논쟁에서 ‘아래로부터의 길’, ‘아메리카형’이 더 우월한 것으로 봤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뒤늦게 ‘위로부터의 길’,‘프러시아형’의 이행을 하게 됐더라도 그 구조에 ‘고착’돼서는 곤란하다. 후진국이 발전과정에 사다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그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지 않을까. 또 정치 사회 문화 등 비경제적 측면에서 프러시아형 사회가 갖는 집단적 성격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 했을 때 그 이해관계자가 누군지도 따져봐야 한다. 은행이 기업의 장기투자 지원에 도움이 된다고 할 때 그 은행이 산업의 역동적 변화를 어느 정도 전망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오늘날 인터넷, 게임산업, 소프트웨어분야 등 비재화산업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렇다고 영미식 경제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개인 삶의 파편화 등 많은 문제가 있다. 개인과 공동체가 어우러진 사회를 모색해야 한다. 


IMF 관리 이후의 구조개혁은 긍정적인 면도 크다. 업종전문화 등 재벌개혁이 추진돼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이 차단됐고, 중소기업 영역 침투도 줄어들었다. 그래서 IT 및 전자 전기, 자동차, 조선, 각종 문화산업 등 첨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산업과 전통 제조업이 고르게 강력한 힘을 갖게 된 나라는 한국경제가 거의 유일하다. 생산제품의 품질 및 내구성을 부품의 품질이 좌우한다고 볼 때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영역 보호도 중요하다.


외국자본 잠식이 심각하다는 문제 지적이 많다. 그런데 직접투자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갔지만, 각 산업별로 볼 때 국내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상태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구도로 이행했다. 포트폴리오투자도 부채경영이 경기후퇴기에 국민경제의 위험을 확대해왔음을 생각하면 그 자본이 경영권을 장악하지 않는 한 긍정적이다. 다만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설비투자를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영권을 어느 정도는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투기자본은 유출입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령 토빈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의 투자든 외자가 은행부문을 대책없이 장악하게 하는 것은 문제점이 크다. 그런데 그것은 과거 경제성장 전략이 산업자본육성만 중시했고 금융부문은 오로지 지원기능만 인정했던 게 문제다. 그러다가 금융개방에 급격히 노출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최근 개방이 급격히 이뤄져 혼란이 있지만 한국경제는 그동안 꾸준히 개방 폭을 확대해왔고 그 때마다 반대를 많이 하기도 했다. 반대도 소중하지만, 개방에 대해 각 개인들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의지가 워낙 강한 한국인들은 무난히 대응해왔다. 과도해진 외자부분을 견제하되 일단 한국인의 역량을 믿어볼 필요가 있다.


또 현재의 외자비중 문제는 구조적 문제기도 하지만 경기순환 상의 문제기도 하다. 앞으로 순환상의 회복기로 이행해서 체력을 회복했을 때 외자에 잠식당한 부분 중 필요한 것은 다시 사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그 동안의 구조개혁을 되돌리자고 했을 때에 한국경제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그들 ‘새로운’ 개혁정책이 가질 '시차오류'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과 중국 등 후발 세계시장 참여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태다. 현 상태에서는 더 이상 따라잡기 전략을 생각할 수는 없다. 주도적으로 내외 기술개발 요소들을 동원해서 기술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식자원의 시장은 좀 더 역동적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세계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 특히 하층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지나치다는 점. 현 상황은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구조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노동의 숙련습득기회를 박탈해서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축적을 훼손하는 것이다.


결국 대외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유속이 지나치게 빠르게 돼 변동성이 과도해진 것이 문제다. 유속을 완화시키는 ‘작은 웅덩이’(완충장치)들을 여러 곳에 만들어서 지속적 발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 웅덩이들은 선험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것들은 아니고 우리 사회 약자들의 요구를 반영해가는 과정에서, ‘1원 1표’에 대항하는 ‘1인 1표’의 길항작용을 인정하는 과정에 마련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에서 노동자들의 소유지분 참여와 경영 참여가, 그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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