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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꿈 영그는 실험실
창업의 꿈 영그는 실험실
  • 곽문규 동국대
  • 승인 2005.03.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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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곽문규 교수(동국대·기계공학)

이공계 교수들은 처음 학교에 부임하면 각자의 연구를 위한 실험실 또는 연구실을 구축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이는 이공계 교수들의 연구 활동이 대학원생들과의 긴밀한 공동 작업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인데,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실험실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는 연구 활동이 가능한 공간, 연구 장비, 그리고 연구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험의 규모가 큰 경우 고가의 실험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다행히도 본인의 실험 연구는 소규모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교비의 지원으로 필요한 실험 장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학교 안에서 연구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본인도 작은 공간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절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공간 문제는 너무 조급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곽문규 동국대 교수와 연구원 ©

제일 심각한 문제는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인한 연구조원, 즉 대학원생의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학원 진학률이 떨어짐과 동시에 유능한 대학원생의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돼, 이공계 교수들의 연구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본인의 연구 활동은 지능재료를 이용한 지능구조물의 능동진동제어에 집중돼 있다. 물론 이 주제와 관련된 이론 연구와 실험을 수행했지만, 이 연구 테마가 과연 대학원생들의 진로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좀더 현실적인 문제에 눈을 돌려, 최근에는 주로 실제 기계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특히 석사 과정 학생들에게는 논문 주제를 메카트로닉스 시스템의 설계 및 제작에 중점을 두어, 학생들이 스스로 창업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하다보니 이론을 아직도 좀 선호하는 학술지에 그들의 연구 결과를 제출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학생들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돼 계속 이런 방향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생각이다. 실험실을 거쳐 간 졸업생 중 한 명은 회사 생활을 얼마 동안 한 후에 창업을 해,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나머지 학생들도 창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직장생활에 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원생을 교육하는 것은 공부를 하는 방법을 정립해 주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초창기에는 학생들이 아침 10시에 실험실에 출근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잘 지켜지지 않아서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본인이 대학원생일 때하고는 참 많이 달라져서 약속을 하면 교수인 내가 제일 먼저 약속 장소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세상이 달라진 것을 절감하고 있다.

재미있는 일은 한 학생이 석사과정에 있을 때 12시 이전에 학교에 오는 경우가 없어 그 연유를 알아보니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느라고 새벽 5시에 잠을 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졸업 후 취업한 연구소에 출근하기 위해 새벽 5시 반 버스를 타고 10시에는 반드시 잔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이제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실험실 출근 시간을 요구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고 있다. 그래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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