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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기업체 짜고 탈세 … 연구비로 땅 구입
교수·기업체 짜고 탈세 … 연구비로 땅 구입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3.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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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대학재정지원사업집행 실태 감사' 결과 발표

연구비로 개인 땅을 사거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유용한 교수 23명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16개 국·사립을 상대로 지난해 5∼10월 벌인 '대학재정지원사업집행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1년부터 2004년 사이에 집행된 '정부지원금'을 집중 감사했으며, 교수 연구비 부분은 총 4천7백억원의 연구비 중 3백60억원의 집행 실태를 표본 감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K대 H교수는 14억1천7백만원에 달하는 10개 과제를 수행하면서 1천8백만원 상당을 자신의 토지 매입비로 사용하고, 연구보조원 26명의 인건비 4억2천3백만원 가운에 9천5백만원을 기업의 대응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목적 외로 사용했다.

유사하게 7개학의 18명의 교수도 7억6천4백만원 인건비·재료비를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대응자금 등으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J대 K교수는 S기업과 짜고 총 7억원의 3개 연구용역을 수탁받은 것으로 한 다음 연구비를 다시 기업에 돌려줌으로써, 기업이 법인세 6천1백만원 및 소득세 2억2천6백만원을 포탈하게끔 한 것이 적발됐다. 같은 방식으로 J대학의 또 다른 4명의 교수도 관련업체에 연구비를 되돌려줘, 기업의 법인세 2억3천6백만원 및 소득세 6천7백만원을 포탈하도록 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연구책임자가 연구비관리규정을 위배하면서 연구비를 목적 외로 사용해도 교수들의 우월한 지위 때문에 연구보조원들은 이의 제기가 어렵고 일부는 얼마의 인건비가 지급되는지도 모른다"라면서 위법·부당 행위자에 대한 엄정 조치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등에 요구했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조성액 8억7천8백만원 가운데 인건비가 5억1천7백만원이었으며, 재료비는 3억6천1백만원이었다.

대학재정지원사업과 관련해서는 △목적 외 사용 △지원 후 사후관리 미흡 △후속대책 없이 중·장기 계획사업 △충분치 않은 사업준비·집행기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감사 결과 △지방대육성사업은 사업실적 평가 없이 2004년에 사업을 일괄 중단했으며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에서는 신입생 충원율이 18%밖에 안되는 Y대 공대에 5년간 매년 24억원을 지급할 예정인 데다 △ 특성화우수대학지원사업에서 W대 등 9개 대학이 사업목적과 달리 67억원이 사용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연구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조세를 포탈한 교수 23명을 (중)징계하고, 해당 대학으로 하여금 개인용도로 사용된 금액 3억5천8백만원을 회수하도록 통보했다. 또 관할 지방 국세청장 및 세무서장에게 연구용역금액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법인세 등을 포탈한 관련업체와 이를 방조한 교수를 고발토록 하고, 관련업체들이 포탈한 법인세 2억9천7백만원 및 소득세 2억9천3백만원을 추가 징수하도록 시정 조치를 내렸다.

제도개선과 관련, 감사원은 교육부에 △인건비 일괄관리 행위 시 연구비 지원 제한 △재료비 구매 사항 구체화 △연구비 집행내역의 대학 홈페이지 게제 등을 권고했다. 과학기술부에는 연구책임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있도록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권고했으며, 한국학술진흥재단에는 '위법·부당 연구비 집행 대학의 간접비 지급률 인하' 등을 권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비 지급 규정의 비합리성, 지나친 비목간 전용 제한 등 비현실적인 규정들이 연구비 유용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면서 "교수의 부도덕성에 전적인 원인이 있다기보다 연구비 관리제도 자체 문제도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는 지난해 5-6월에 경북대, 경상대, 강원대, 충북대, 전북대 등 국립대와 건국대, 계명대, 광운대, 대구대, 순천향대, 원광대, 인제대, 인하대, 조선대, 한림대 등 사립대를 대상으로 진행됐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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