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0:35 (토)
대학과 '시장' 거리둬야 … "교육을 교육답게"
대학과 '시장' 거리둬야 … "교육을 교육답게"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3.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점] 김진표 교육 부총리 임명에 교육계 반발 거세

"장고 끝에 악수다." 참여정부의 3대 교육 부총리에 김진표 전 재정경제부 부총리가 임명된 것에 대해 교육계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경제 논리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참여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기조에 실망이 표출된 것.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기준 전 교육 부총리를 임명할 당시 "대학은 산업이다"라고 표명한 데 이어, 경제계 인사 김진표 부총리를 임명하는 등 대학 교육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면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김 부총리는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WTO 교육 개방을 밀어붙이고,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추진한 데 이어, 특목고 유치를 부동산대책으로 내놓아 교육인적자원부와 정면 충돌한 '전력'이 있는 데다가, 경제계에만 몸 담아온 '교육 비전문가'였기 때문.

김 부총리가 취임한 지난 1월 28일에는 교육·시민 단체들의 반대 성명이 쏟아지는 등 교육계가 술렁거렸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등 교수 4개 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교육정책을 신자유주의의 암울한 수렁 속으로 몰아가 교육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 뻔하다"라며 노무현 정부의 교육 방향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교육 부총리의 덕목 가운데 '경제 마인드'를 추가할 수 있어도 그것을 최우선으로 꼽아서는 안 된다는 게 중론. 난마와 같이 얽힌 교육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래도록 심사숙고된 교육 철학이 전제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2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김진표 교육 부총리 임명에 반대하는 50∼60대 중진교수 101명 성명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초하 충북대 교수, 김세균 서울대 교수,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강정구 동국대 교수, 박상환 성균환대 교수, 최성만 이화여대 교수가 참석했다. © 교수신문

지난 2월 4일에는 50세 이상인 중진교수 1백1명이 김진표 교육 부총리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들 교수들은 "대학과 시장은 동일하지 않고 양쪽은 건전한 상호관계를 위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도, 대학을 기업으로, 교육을 이윤추구 사업으로 삼는 것은 국가발전의 원천적 장애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대학이 산업이라는 말은 최악의 망언"이라면서 "교육까지 경제논리에 종속시키면 대학들은 직업훈련소로 변해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기초학문의 위기와 대학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사학)은 "지난 과거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금 고통받고 있는 것처럼, 시장 논리를 중시하는 지금의 교육 정책은 5∼10년 후에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적자생존과 일맥상통하는 시장 논리를 대학 교육에 끼워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개혁의 필요성은 이미 공감을 얻고 있는 부분. 그러나 경제적 효율성만이 강조된다면, 교육 부총리에 경제 관료를 기용한 데에 대한 교육계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맞춤식 양성소로 대학을 변모시키는 개혁은 재계의 입맛에 맞을지 몰라도, 공공성을 기억하는 교육계로부터는 외면과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