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9:15 (금)
하루키의 삶과 작품세계
하루키의 삶과 작품세계
  • 김재호
  • 승인 2021.07.09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주희 지음|북스타|400쪽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하루키의 인생 여정과

삶이 투영된 대표작 14편 심층 연구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본 것은 2017년 4월 27일 신주쿠에서였다. 그날은 그의 작품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 전작업』 출간을 기념하는 토크 이벤트가 진행된 날이었고 운 좋게 15:1의 경쟁률을 뚫고 관람객으로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지정석 자리가 무대 왼쪽이라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그의 등장을 기다리던 긴장감이 아직도 기억난다. 토크쇼를 진행하는 하루키의 이미지는 저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 즉 융통성 없고 내성적인 작가가 아니라 유머러스하면서 달변이고, 목소리도 스타일도 꽤 젊었다.

흔히 하루키라고 하면 운 좋게 성공한 작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로 자주 수식되곤 하지만, 작가로서의 그의 삶을 살펴보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일본 내에서는 문인이면서도 문단과 거리를 두었고, 그러다 보니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문단의 비판을 받고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것이 악재였는지 호재였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하루키는 일본 문단과 담을 쌓으며 자신만의 성을 공고히 구축해 왔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하루키에 대한 비판은 여러 가지이지만 대중문학 작가이며 노벨상을 의식하고 있다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유독 순문학과 대중문학을 구분하는 경향이 강한데 하루키는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당시로서는 조금 생경한 스타일의 작품이었고 그가 카페 주인이었다는 이력도 작용하여, 잡지 같은 걸 즐겨보는 젊은 층이 읽는 가벼운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프레임이 씌었고 이러한 평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한편 하루키는 2006년부터 만년 노벨상 후보에 그치고 있는데 그가 이를 의식하여 일본의 역사 문제를 언급하고 있고, 이는 199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 따라 하기’라는 비아냥 섞인 지적도 있다. 물론 하루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벨상에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디어는 계속해서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어쩌면 받을 시기를 놓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런 논란을 잠식시키고 언젠가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에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독자가 있기에 굳이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받은 거라 생각한다.

2019년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태어난 지 70년(1949년생), 작가로 데뷔한 지 40년(1979년 데뷔)이 되는 해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저자는 그의 평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2018년 10월에 강남시어터에서 개최했던 ‘무라카미 하루키 3음 콘서트’에 오셨던 광문각출판사 박정태 회장님께서 흔쾌히 출판해 주시겠다고 하여 원고를 썼는데, 운 나쁘게도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한 출판 시장의 불황 때문에 출판하지 못했다.

하루키 평전은 국내에서 첫 출간은 아니다. 2012년에 야마구치 대학의 히라노 요시노부 교수님이 쓰신 『일본의 작가 100인, 사람과 문학 무라카미 하루키』(勉誠出版)를 저자가 번역 출간한 『하루키 하루키』(아르볼)가 있고, 이번에 출간하는 평전도 이 책의 자료를 많이 참고하였다. 히라노 교수님이 쓰신 책은 조금 더 전문가적인 평이 가미되어 있고, 저자의 책은 일반 대중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쉽고 평이하게 쓰인 게 차이점이다. 

책의 구성은 1부는 하루키의 탄생에서 70세까지의 인생을 살펴보았고, 2부는 그의 대표작 14편을 발췌하여 스토리를 자세하게 실었다. 하루키는 자기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 작가이다 보니 그가 쓴 에세이나 인터뷰를 자료로 많이 사용했고, 그 이외에도 연구자들의 논문과 인터넷 자료들도 참고하였다. 소설은 창작의 산물이지만 그와 동시에 작가의 삶이 투영된 것이기에 그를 알고 나면 작품을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작품 너머에 숨겨진 녹녹지 않았던 인생 여정이 작품으로 승화되기까지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완고하리만치 투철한 작가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질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