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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들의 다툼
학부들의 다툼
  • 이지원
  • 승인 2021.07.0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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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칸트 지음 |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68쪽

 

"하부 학부인 철학부가 상부 학부들의, 예컨대 신학부의 시녀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다만 이 시녀는 마님의 '뒤에서 치맛자락을 들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님의 “앞에서 횃불을 들고” 바른길을 안내하는 것을 소임으로 갖는다."(20쪽) 

 

『학부들의 다툼』(1798)은 칸트의 마지막 친필 저술이자 칸트가 생전에 자신의 이름으로 발간한 마지막 단행본으로서 전면에 세워진 주제 외에도 칸트 말년의 개인사와 대학의 자치 수준을 알려주는 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이 ‘다툼(Streit)’은 기초학부이자 자유 학부인 철학부가 응용 학부로서 정부의 정책 수행의 도구이기도 한 신학부, 법학부, 의학부와 학문 성격 및 과제를 두고 벌이는 다툼이다. 칸트는 이 다툼을 '불화적 화합'이자 '화합적 불화'로서 '전쟁'이나 '반목'이 아니고, '하나의 공동체적 궁극목적을 위해 서로 통일된 양편'의 '대립'일 따름이라고 설명한다. 

표면상으로는 대학의 학부들 사이의 다툼이지만, 실상은 이성의 학문인 철학이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위해 정부와 ‘상부 학부’라고 통칭되는 응용 학부들을 향해 내놓는 자기주장이다. 18세기 말 독일 대학의 현황일 뿐만 아니라, 21세기 한국 대학의 현실이기도 하다. 역자는 칸트의 『학부들의 다툼』은 한낱 얇고 낡은 옛 책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여전히 적실성이 있는 강고한 고전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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