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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 너머의 아름다움
기교 너머의 아름다움
  • 이지원
  • 승인 2021.07.09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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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진 지음 | 현암사 | 320쪽

 

문명사적으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한 시대, 

우리의 전통 미의식인 ‘소박’의 미학에서 

우리가 헤쳐나갈 새로운 길을 만난다!

우리 건축, 공예, 문인화, 현대 미술에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과 소박미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이 책은 한국인의 미의식을 조명하는 기획으로 ‘소박’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팽배하고 돈을 절대시하는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소박’이라는 주제는 왠지 사회적 요구와 동떨어져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화려한 물질문명에 취해 정신없이 달려온 인간 문명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인류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운동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문화는 애초에 자연의 위협과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되었고, 특히 인간 중심적인 서양의 문화는 자연을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고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성의 시대로 불리는 근대에는 자연을 이용하여 인간을 위한 물질문명을 발달시켰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이기주의가 종국에는 자연의 분노와 역습을 불러왔고,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것이 오늘날 미학으로서의 ‘소박’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이유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박하다”라는 말은 사치스럽거나 과하지 않고 검소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학적으로 ‘소박’의 의미는 그보다 훨씬 심오한 자연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의 결정적 과오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이를 보완하고 극복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한다. 

인간을 중시한 서양의 전통과 달리 동양은 전통적으로 자연을 중시하고, 자연에서 인간의 이상적인 모델을 찾았다. 특히 노장사상에서는 인위성을 배제한 ‘무위자연’의 경지를 인간이 따라야 할 최고의 도덕적 이상으로 삼았다.

한국은 동아시아 삼국 중에서 가장 소박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한 한국인의 지혜가 담겨 있다. 만약에 ‘소박의 미학’으로 미술사를 조명한다면, 한국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소박의 미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숭고의 미학으로 한국 미술을 본다면 매우 초라하고 기교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야나기 무네요시가 한국 미술을 “무기교의 기교”라고 표현했듯이, 소박의 미학으로 한국 미술을 본다면 자연을 중시하는 절제되고 심오한 미의식에 경탄하게 될 것이다. 예술작품은 어떠한 미학적 안경으로 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전혀 달라진다. 이 책을 통해 자연 친화적인 소박의 미학을 알게 된다면, 한국 예술이 분명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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