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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 ID와 別號
생각거리: ID와 別號
  • 이복규 서경대
  • 승인 2005.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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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作名 강의를 하다보니 그것의 현재적 양상이 살펴보고 싶어졌다. 이름이야 요즘도 짓지만 字와 號는 거의 전승이 끊어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과 주변 친지들의 총 217개의 이메일 아이디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아이디는 전통시대의 호와 좋은 비교분석의 대상이 돼주는 디지털 호다.

호와 아이디는 어떤 점이 같고 다를까. 전통 호에서는 무의미한 호란 전무하다. 하지만 이메일 아이디에서는 극소소수이지만 무의미한 경우도 존재한다. 전통 호에서의 작호 유형으로 두드러진 것은 모두 4가지다. 사는 곳을 반영한 것(所處以號 ; 삼봉, 퇴계), 처지를 반영한 것(所遇以號 ; 벽산청 김시습), 도달하고자 하는 바를 반영한 것(所志以號. 백운거사. 사임당), 소유물을 반영한 것(所蓄以號 ; 오류선생) 등이다. 이 네 가지는 아이디에도 지속되고 있었다. ‘생일’, ‘전화번호’, ‘기념일’ 등 아이디에서 확인되는 추가요소들은 개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전통사회의 호가 집단적인 것을 많이 반영한 것과 대비됐다.

호는 같은 호를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다(鶴山 등). 모르고 똑같게 짓기도 하지만, 알면서도 모방하여 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이디는 중복 여부를 검색하여 원천봉쇄하기 때문에 동일한 아이디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 전통시대와 다르다.

우리가 생년월일을 아이디에 많이 반영하는 현상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중국, 몽골 사람들은 우리처럼 생년월일을 아이디에 적극 반영하는 편이지만, 일본이나 서구(미국, 프랑스) 사람들은 일절 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로서는 혹시 ‘四柱문화권’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좀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복규 / 서경대·고전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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