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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치 않은 사이버강의
녹록치 않은 사이버강의
  • 노영상 장로회신학
  • 승인 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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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노영상 장로회신학대 교수 ©
노영상 교수(장로회신학대·신학)

‘생명’은 기독교 신학에 있어 언제나 중요한 주제다. 생명을 살리고 풍성하게 하는 것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다. 내가 맡고 있는 신학대학원 과정의 ‘생명신학과 생명윤리’도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과목이다. 현대의학과 생명공학에서의 생명연구 성과와 기독교 신학상의 생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독교 생명윤리에 대한 반성에 도전하는 게 강의의 목적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방학 중 더운 날씨가 계속되던 지난 여름, 나는 사이버 강의로 진행되던 이 과목을 녹화하기 위해 한 말 정도의 땀을 흘렸다. 처음으로 사이버 강의를 한데다가 강의녹화를 30번 가량 하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이 들었다. 한 번에 3-4번 분량의 강의를 녹화했는데, 녹화가 끝나면 체력이 바닥 날 정도였다.

사실 ‘생명신학과 생명윤리’ 강의를 위해 ‘기독교 생명윤리 개론’이란 책을 만들었었다. 강의를 위한 책을 만들어서 다행이지, 강의안을 새로 만들었다면 그 일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이버강의는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기독교 생명윤리 개론’이란 책이 상당히 많은 참고문헌을 수집하고, 도서관으로부터 많은 자료를 제공받아 녹여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이 나타났다. 생명윤리 분야가 1년만 지나도 학문적 진전이 급속해서 책의 내용 일부가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그래픽 자료들과 사진 등을 포함한 강의안을 만들어 인터넷상에 올리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태부족이었다. 좋은 강의자료를 만드는 것에 대한 욕심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생명윤리 분야의 중요한 인터넷 사이트 등을 소개 하는 등 사이버 상의 강의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계속 기울였다.

기술적인 문제도 내내 나를 괴롭혔다. 학생들의 강의안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올렸는데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파워포인트로 올린 강의안의 내용 중,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는 부분을 클릭할 때 해당 사이트로 이동할 수 없었다. 이런 저런 방안을 강구해 보았으나 잘 되지 않았고, 결국 문제를 풀지 못하고 강의안을 올려야 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사이버 상에서 활발하지 않은 점은 내내 아쉬웠다. 내심 수강생들의 참여마당이 사이버 상에 마련돼 보다 많은 질문들이 오가며 실제적 참여가 많아지길 바랐으나 실제로 그렇지 못했다. 아직 사이버상에서 수업참여를 활발히 이끌어내는 방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탓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강생들이 사이버 강의에 집중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 강의가 끝난 다음 풀어야 하는 퀴즈를 내, 학생들을 어느 정도 이끌어 온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마치고 성적을 평가하다보니 몇 몇 학생들이 리포트를 제출하지 못한 것이 발견됐다. 어떤 학생은 리포트를 온라인상으로 보내지 못했고, 프린트를 해 가지고 왔다. 사이버 강의를 신청한 학생 중 일부는 아직도 온라인상의 강의에 익숙하지 못한 듯했다. 나이가 많은 학생 두세 명에 대해서는 특별한 배려를 해 프린트한 리포트로 대치하게 했지만, 이러한 예외를 두는 것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이 웹상에 있는 공지사항을 세심히 읽지 않기도 했다. 각자의 이메일을 통해 공지사항의 내용을 참조하라는 글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체크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었다.

처음으로 해본 사이버 강의는 혹독한 경험이었다. 준비가 덜 됐으니 실수투성이 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강의녹화로 완결되는 게 아니라, 계속적인 개선을 해 유용한 강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으니 다음 사이버 강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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