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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립대는 지금 '한겨울'
일본 사립대는 지금 '한겨울'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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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학생 모집

일본 동북부 센다이시의 도호쿠문화학원대는 지난해 6월 사실상 파산선언을 했다. 학교법인이 약 3천억원의 부채를 갚지 못해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민사재생법은 부실기업의 법적 정리를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우리나라의 워크아웃 제도에 해당한다. 채권자 동의를 얻으면 부채 경감 및 상환기간 연장이 가능하지만 채권자가 부결하면 파산처리된다. 당시 일본에서는 학교법인이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한 것은 처음이었고, 그래서 충격은 더했다.

도호쿠문화학원대는 원래 단기 대학, 즉 2년제 대학이었다. 이 대학은 1997년 4년제 대학으로 전환했고 과학기술·의료복지·종합정책 학부 등을 개설하고 학생을 모집했다. 하지만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4년제 대학 개설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환을 시도한데다가, 학생 모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었다. 학교재정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교직원 봉급 약 15억원을 주지 못하는 사태까지 이르렀고, 결국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사립대학이 혹독한 寒風에 시달리고 있다. 도호쿠문화학원대처럼 심각한 학생부족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속출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히로시마현의 잇치칸대가 설립 3년 만에 졸업생을 한 명도 내지 못한 채 폐교했고, 야마가타현의 사카타 단기대학은 궁여지책으로 입학정원의 90% 이상을 중국 유학생으로 채웠지만, 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짐으로써 학교 문을 닫았다. 지난해 8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키요나리 다다오 일본사립대연맹 부회장은 “(2004년 현재) 일본 4년제 사립대의 29%가 입학정원 미달상태이고, 대학에 따라 정원 미달이 20~30%에 달하기도 한다”라고 토로했다.

일본의 장기불황과 아이를 적게 가지는 ‘小子化’ 현상이 주된 배경이지만 사립대의 시련의 싹은 문부과학성이 틔웠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18세 인구는 1992년 약 2백5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03년 1백50만명, 2004년 1백41만명으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1975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 정부는 대학 정원을 계속해서 늘려왔다. 이 시기 제2차 베이비 붐에 의한 18세 인구가 급증하자 일본 정부는 사립대 숫자를 증가시켰다. 18세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도 일본 정부는 ‘신분야에 대한 대응’을 이유로 대학의 신증설을 허가했다.

 
이에 대해 미즈노 슌빼이 전남대 교수(일어일문학)는 “18세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데도 문부과학성이 인허가를 계속 내준 것이 최근 일본 사립대의 경영난을 초래했고, 이에 대해서는 前 도쿄대 총장까지 나서서 비판할 정도였다”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사립대들은 학생 유치에 모든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일부 지방 사립대의 경우 본고사를 1년에 5~6차례까지 치르면서까지 풀타임 학생 모집에 혈안이라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립대들은 유치 대상을 풀타임 학생에서 눈을 돌려 4년제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을 밟고 싶어 하는 일반인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또 한국과 중국의 유학생을 대학원과 연구소에 유치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사립대 교수들은 한국의 지역 소재 대학 경우처럼 학생 모집에 동원된 지 오래라는 게, 미즈노 교수의 전언이다.

일본 정부는 ‘小子化’의 영향으로 대학들의 경영 악화로 인한 도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대학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문부과학대신 자문기구인 중앙교육심의회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0년까지의 일본 고등교육정책을 전망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장래상’에서 “각 기관은 18세 인구의 감소 등을 응시하면서 스스로 경영 노력을 실시하는 것이 불가결하다”라는 원칙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중앙교육심의회는 2004년 일부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들이 재무 정보 공개가 의무화됐음을 상기시키고, “재무정보의 적극적인 공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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