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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민입니다
우리는 시민입니다
  • 이지원
  • 승인 2021.06.25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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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주, 조철민, 이다현, 김민철, 이필구, 곽형모, 권복희, 로리주희, 배경내, 조정현, 장미정, 이란주 지음 | 피어나 | 512쪽

 『우리는 시민입니다-현장에서 말하는 한국민주시민교육론』은 이론적 탐색과 현장의 목소리가 잘 합쳐진 민주시민교육 안내서이다.

올바르게 설명된 자유민주주의, 또는 우리 헌법이 규정한 민주공화국의 이상에 근거하여 한국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추구하는 한국 나름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밝혀낸다.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을 추진하는 정책과 교육방법론, 여기에 ‘인권교육’을 비롯하여 의제에 따라 형성된 9곳 민주시민교육 현장의 생생한 면모를 담았다.

그래서 붙은 부제가 ‘현장에서 말하는 한국민주시민교육론’. 일반 시민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누구보다도 민주시민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와 활동가, 정책 담당자, 연구자 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시민 가운데 ‘민주시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시민이 있을까? 그렇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4.19혁명 선언의 글귀처럼 민주시민도 한국의 일상적 공교육 체제에서 자동으로 길러지는 인간형이 아니다.

독일, 스웨덴, 영국, 미국 등의 민주주의 역사, 민주시민교육의 역사를 살펴봐도 다 그러하다.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평생교육에서 얼마나 민주시민교육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민주적 시민성의 수준, 그리고 민주주의의 수준이 좌우된다. 

총론인 1장의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주시민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진보의 전유물로 여기는 등의 다양한 오해와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정치철학적 비판과 정리를 시도하여 논쟁 구도 등을 명쾌하게 정비한 점은 이 책의 흥밋거리이자 뛰어난 업적이다. 그런 정비 작업을 가능하게 한 힘은 현장의 생생한 활동과 논점들을 소개한 9편의 현장교육론에서 나온다.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대립이 때로는 건전한 경쟁을 넘어서 음모와 거짓과 증오로 휩쓸려가는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더 나은 삶을 펼쳐줄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역사에 발을 딛고 현실에 눈뜨고 있는 시민의 민주적 역량이야말로 이제는 의심할 바 없는 답이다.

그런데 민주적 역량은 폭압 속에서 일어나는 저항의 물결로 순식간에 솟구치기도 하지만, 그 거친 기억을 섬세하게 다듬어 높이 북돋울 공부 없이는 유지되고 발전할 수 없다. 거대한 정치 참여에서 민주주의에 비로소 눈을 뜨고 역사의 굵직한 장면을 보았다면 민주시민교육은 그러한 민주적 역사가 일상의 삶에서 어떤 문제들과 씨름하며 하나씩 현실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지 이해하는 과정이다. 또한 그 현실의 변화에 참여하고 힘을 보태면서 민주시민으로 커나가는 과정이다. 

일반 시민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누구보다도 민주시민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와 활동가, 정책 담당자, 연구자 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기획한 이 책은 정치철학자 장은주가 총론격의 서론을 썼고, 이 서론과 함께 민주시민교육 정책(조철민), 민주시민교육 방법론(이다현), 역사교육(김민철) 등을 1부 ‘한국의 민주시민교육 전반’으로 묶었다.

2부 ‘한국민주시민교육의 다양한 영역’에서는 마을자치교육(이필구), 자원봉사교육(곽형모), 청소년교육(권복희), 성평등교육(로리주희) 등의 현황과 과제를 소개한다. 3부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민주시민교육’에서는 인권교육(배경내), 평화교육(조정현), 환경교육(장미정), 공존교육(이란주) 등 네 가지 주제를 둘러싼 한국 시민사회의 노력과 성취를 다루었다. 시민의 삶의 면모와 관심사가 다양하듯이 민주시민교육의 주제도 다양하다. 

 『우리는 시민입니다-현장에서 말하는 한국민주시민교육론 』은 민주시민교육의 생생한 표정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민주시민교육에 종사하는 사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넓디 넓은 이 분야의 공부거리를 단숨에 훑어볼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려는 사람은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하고 지도의 좌표와 현재의 역사 시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우선 그런 사람들에게 훌륭하고도 친절한 길잡이 노릇을 한다. 그다음으로 한국의 민주시민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주제별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토론과 상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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