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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교육부 관료에 명절 때마다 선물공세
세종대, 교육부 관료에 명절 때마다 선물공세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1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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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처장이 작성한 22명 명단’ 폭로…“갈비세트에 갈비만 들었나” 의혹도

세종대가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관료들에게 명절 때마다 갈비세트를 선물하는 등 ‘특별관리’ 해 온 것으로 드러나 사립대와 교육부의 커넥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세종 건설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위원장 박춘노 산돌교회 목사․세종대 경제학과 87학번, 이하 세종공투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대 재무처장 명의의 교육부 관료들에 대한 갈비 세트 제공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세종대로부터 명절 때마다 갈비세트를 받은 교육부 공무원 22명의 이름과 담당업무, 연락처, 배달주소, 배달날짜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명단에 적혀 있는 관료들은 부서별로 사학지원과 4명, 민원조사담당관실 4명, 총무과 3명, 고등교육정책과 2명, 평가지원과 2명, 혁신담당관실 1명, 교육정보화기획과 1명, 평생학습정책과 1명, 기획감사담당관실 1명, 유아교육지원과 1명, 교육복지심의관실 1명, 평가지원과 1명, 교육과정정책과 1명이었으며 직급별로는 국장 1명, 서기관 2명, 사무관 14명, 주사 4명, 연구사 1명이었다.

 

이들에게 제공된 갈비세트는 명절 판매 상품 중 최고가인 15~20만원 상당으로 세종호텔 부페 식당인 ‘은하수’ 등에서 제작돼 은하수 직원들이 직접 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양학원의 수익사업체인 세종투자개발(주) 세종호텔에서 영업부장 및 영업이사로 재직했던 이현구 씨는 “대양학원 재단의 요청으로 재단으로부터 첨부된 고객명단을 받아 설 및 추석 명절 때 은하수 직원들에게 지시해 직접 방문해 선물을 배달하게 했다”라고 밝혔다. 또, “갈비 선물세트 판매대금은 은하수 매출로 집계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갈비세트 교육부 관료 명단’은 세종대 정용택 재무처장 명의로 작성돼 있어, 갈비세트 조달비가 교비에서 나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춘노 위원장은 “재무처장이 명단을 작성해 재단인 대양학원에 넘기고 대양학원의 수익사업사업체인 세종호텔 은하수에서 갈비세트를 주문•제작한 것”이라며 “재무처장이 관여한 만큼, 교비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10일, 세종공투위는 22명의 관료들에게 갈비세트 수수 여부 등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내 사실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공개 질의서에는 △갈비세트 수수여부 △갈비 외 다른 내용물 포함 여부 △갈비세트 수수와 세종대 관련 업무 처리 관계 등의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부패방지법 제8조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로부터 향응․금품 등을 받을 수 없게 돼 있으며 이를 위반했을시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 또, “공무원이 의례적 형식을 빌어 사소한 향응을 받은 경우라도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면 뇌물죄가 성립된다”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이번 교육부 관료의 갈비세트 수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회적 지탄은 물론 법적 처벌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건의 심각성과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교육부 관료들은 공개질의서를 반송하거나 답변을 거부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민원조사담당관실의 한 관료는 “세종대 문제는 언급하기 싫다”라며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전화 확인 결과, 12명은 “갈비세트를 받지 않았다”라고 답했으며, 몇몇 관료들은 “경비실에 두고 가서 돌려보냈다”, “모두 수취 거부하고 발송에 항의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신으로 답변한 한 관료는 “학교측이 몇 차례, 주로 명절 때 선물공세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학교 측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정말 내심 불쾌해 보내온 선물을 전부 수취 거절하고 보낸 사람에게 정중하게 항의를 한 적이 있다”라며 “명색이 선물이라서 서면으로 거절 요청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공무원에 대한 무차별 선물공세를 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춘노 세종공투위 위원장은 “겉보기에는 갈비세트이지만 갈비세트 안에 갈비만 들어있었다는 보장도 없다”라며 “세종대와 대양학원의 로비가 세종대 재단 비리 해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세종대는 1980년과 1989년, 두 차례나 학원분규로 몸살을 앓았으나 당시 문교부가 학생 전원을 유급조치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장을 해임하면서 사태를 무마시킨 바 있다.

 

이처럼 세종대와 교육부 관료 사이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교육부의 세종대 종합감사 결과에 대학사회를 비롯한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재단비리와 관련해, 세종대 종합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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