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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자본주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벗어나기
주주 자본주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벗어나기
  • 김재호
  • 승인 2021.06.04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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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주주 자본주의의 배신』 린 스타우트 지음 | 우희진 옮김 | 북돋움coop | 248쪽

인간의 친사회적 행동을 과학적으로 입증 
사회적 책임 투자 펀드 등이 구체적 방법
 

저자 린 스타우트(1957∼2018)는 코넬대 로스클 교수로서 기업법 전문가였다. ‘위키피디아’는 스타우트 교수를 이렇게 설명한다. “스타우트는 이기적이지 않은 친사회적 행동(양심)에 과학적 증거를 적용했다. 법률 규칙이 어떻게 행동을 형성하는지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선의와 법의 적용에 따른 행동 변화에 주목한 것이다. 스타우트의 이러한 방향성은 사람을 이기주의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 친사회적인 주주로 이끌도록 한다. 

송옥렬 서울대 교수(로스쿨)는 ‘주주 최우선주의를 정 확하게 이해할 가장 좋은 기회’라는 추천의 글을 썼다. 그는 “설득력 있게 쓰인 ‘다른’ 생각을 읽는 것은 학문을 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 책을 극찬했다. 물론 한국의 기업법과 미국의 기업법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송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기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주주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주목해보자고 한다. 

책의 부제는 ‘주주 최우선주의는 왜 모두에게 해로운 가’이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이 책의 해제에서도 밝혔듯이, 한국은 “기업 지배구조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존재한다. 영미 기업들에서 주주들은 경영에 무관심하고 대리인들은 사익을 추구한다. 한국은 소수 주주들이 경영에 무관심하고, 이사회와 경영진이 기업을 완전히 장악한다. 주주가 기업을 소유하기 때문에 기업은 주주만을 위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공적 기금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사회적 책임까지 더 해야 하는 것일까? 스타우트는 두 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첫째, 유니버설 오너십 철학에 근거한 장기주의(Long-termism)다. 둘째,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주주 중심주의다. 

린 스타우트(1957∼2018)는 인간의 친사회성에 주목해 주주 최우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위키피디아

기업 지배구조의 기울어진 운동장 

스타우트는 서문에서 “주주 가치를 우선시하면 경영자들은 장기적인 성과를 낼 기회를 희생시키고 근시안적으로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게 된다”라며 “즉 투자와 혁신을 무산시키고 직원들과 고객, 사회 공동체에 피해를 주며 기업이 무모하고 반사회적이고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행동들을 주저하지 않게 한다”고 밝혔다. 회계 부정으로 한 순간에 무너진 엔론 파산(2001)이 대표적이다. 

이 책을 옮긴 우희진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 캠퍼스 교수(경영학)는 “이 책의 내용이 주가에만 초점을 두는 오늘날의 주주 가치 극대화 기업 모델을 비판하는 것이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비즈니스와 기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을 많이 보유했다고 그 기업이 내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도 그렇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2014)’ 사건만 떠올려봐도 짜증이 확 올라온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스타우트는 수익률은 조금 떨어지지만 점점 더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사회적 책임 투자(SRI) 펀드를 소개했다. 그는 “SRI 펀드는 소비자 권익, 인권, 환경 지속 가능성을 증진하는 기업에만 투자하고 담배, 아동 노동, 무기 생산을 지원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투자다. 여기서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사람들이 친사회적이고 사회적 책임 투자 펀드가 있는데, 왜 더 많은 돈이 흘러들지 못하는 것일까? 주주 최우선주의 이데올로기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이념이 주주들의 친사회적 성향을 가로막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주가의 등락만 바라본다. 자신의 주식 가치가 극대화 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과연 무엇을 했고, 잘못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내 돈만 불려주면 된다. 이에 대해 스타우트는 “기업에 대한 잘못된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주주들은 서로 다른 목적과 시점, 투자의 정도 등 다양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익만을 좇는다는 그 아이디어를 제거하면, 주주 자본주의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면 이익과 친사회성의 균형을 맞추면 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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