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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고부가가치 창출 시장
우주는 고부가가치 창출 시장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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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15 17:47:36
냉전이 우주를 개척했다면, 자본은 우주를 무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진전시킨다. 바야흐로 세계 각국은 우주를 시장으로 바꿔놓고 있다. 미국의 지그램 스페이스 보이지사는 우주개발 장기계획을 통해 이미 지구궤도를 체험하는 우주여행상품을 개발해 짭짤한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2030년경에 궤도호텔을 건설, 정기여행객을 유치하고 무중력에서 국제스포츠 경기를 열겠다고까지 공언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수준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우주개발은 막대한 투자비용과 위험부담을 전제로 하고, 그 성과가 빛을 발할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큰 산업이기도 하다. 장밋빛 환상에 젖어 앞 뒤 가리지 않고 시작할 경우 국력의 손실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첨단과학의 쟁점토론장인 기초과학문화포럼(연구책임자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이 네 번째 토론주제로 삼은 것은 ‘우주개발’이다. 지난 7일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우주개발의 가능성’(발표 : 채연석 항공우주연구원 부장)과 ‘우주산업의 경제성’(발표: 김춘삼 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우주개발연구센터 소장)을 주제로 현장전문가들의 발표와 교수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우주산업, 경제성 있는가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사업이 봄을 맞은 것은 지난해 10월 한미미사일 협정이 타결된 이후다. 이 협정이 타결된 후 정부는 2015년까지 5조1천5백70억원의 예산을 투자, 총 20기의 인공위성 개발을 골자로 한 ‘우주개발중장기기본계획’ 수정안을 확정했고, 올 1월말에는 그 전진기지인 ‘우주센터’ 건립 부지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를 선정했다. 불과 몇 개월만에 수년간 지지부진하게 끌어온 계획이 급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학계의 조망은 엇갈린다. 늦었지만 훌륭한 결정이란 긍정적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리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우주개발이 서둘러야 일인가 하는 지적과 함께 과연 경제성이 있는가 하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않은 것이다. 이날 포럼은 이런 우려에 대한 현장전문가들의 응답이라 볼 수 있었다. 발표에 나선 두 전문가는 “우주산업은 분명 ‘황금알’보다 더한 ‘다이몬드’를 낳는 거위”임을 거듭 강조했다.

채연석 부장은 발표를 통해 “자동차의 부가가치를 kg당으로 환산해 보면 2만원, 여객기는 30만원인 반면 무궁화 위성은 8천만원, 인공위성용 추력기는 1억5천만원으로 볼 수 있다”면서 “2천9백억원을 들인 무궁화 3호가 올해까지 1천5백억원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앞으로도 수명이 15년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주산업은 그 어느 분야 보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방송통신위성의 개발로 2025년까지 4조5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조3천억원의 부가가치 산출효과를 가져오고, 7만7천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김춘삼 소장도 우주개발의 당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성만 생각한다면 우주개발에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우주이용사업에 주력해야 하지만, 독자적인 능력확보를 위해선 어렵더라도 기반구축에 더 힘써야 한다”며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논지는 “우주산업은 첨단전자기술, 초정밀 기계공학, 극한환경기술, 신소재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것이고, 이는 기초과학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 또한 “국가 안보면에서도 독자적인 기상·지리 정보통신망 구축은 다변화하는 국제관계를 고려할 때 미룰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반적 이해와 달리 우주산업은 단순히 인공위성 기술을 보유하고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우주산업은 좀 더 광의의 개념으로 이용산업, 기기산업, 관련서비스업 등으로 나뉜다. 이용산업은 주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 방송, 자원탐사, 지구관측, 기상관측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주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신물질 제도와 신약제조도 현재 시도되고 있는 우주산업의 한 분야이다. 채 부장은 “우주의 무중력과 진공상태를 이용하면 지구에서 제조하는 것 보다 훨씬 뛰어난 고순도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고 신약개발도 가능하다”면서 “선진국에선 이미 우주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95년 미국은 우주왕복선을 이용해 통신용 고순도 반도체 제조실험을 벌였고, 러시아도 우주에서 에이즈 치료약을 만들어 동물에게 실험하고 있다.

무중력·진공상태 이용한 신물질·신약 제조

기기산업은 각종 인공위성을 제조하고 이를 지구궤도에 띄우는 우주발사체를 만드는 산업을 통칭한다. 관련서비스업은 위성체를 주어진 임무에 따라 지구상에서 운영하는 사업으로 첨단통신기술과 전자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주산업은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기술과 과학이 연계된 집약산업인 것이다.

김 소장은 “우주산업은 재정적 부담이 막대하고, 위험성이 커 한 기업이 의지로 추진하기 어려워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연구조직, 학계의 전략적 관계설정과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길찬 기자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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