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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신경향_은하(galaxy)연구의 최신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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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균 서울대
  • 승인 2004.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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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기원 밝히기가 화두…단조붕괴설 vs. 계층병합설 논쟁

이명균 / 서울대 천문학

銀河. 아름다운 이름이다. 여름 밤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빛 강물을 보고 우리 조상들은 미리내라고 했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곳이라고도 했다. 가늘고 길게 흐르는 은하수는 여름철 남쪽하늘에 낮게 보이는 궁수 자리근처에서 약간 두껍게 보인다. 이는 우리가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지 않고 변두리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20년대 중반까지 인간은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인간은 우주의 변두리(?)에 있었다.

그러나 1925년에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안드로메다 성운이 하늘에서는 매우 희미하고 작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은하 바깥에 멀리 있는 외부 은하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때부터 우주에는 우리 은하뿐만 아니라 수많은 은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이 속해 있는 우리 은하는 평범한 은하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가까운 밤하늘은 별로 가득하지만,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먼 하늘은 은하로 가득한 것이다.

은하는 수억 내지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거대한 항성계다. 별이 은하라는 거대한 건물을 이루고 있는 벽돌이라고 한다면, 은하는 우주라는 거대 구조물을 이루고 있는 벽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은하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을 연구하면 우주의 구조와 운동 상태를 알아 낼 수 있고, 이로부터 우주의 역사를 밝힐 수 있다. 흔히 은하는 수백개 내지 수천억 개가 모여 은하단을 이루고, 이런 은하단 여러 개가 모여 초은하단을 이룬다.

은하는 우주라는 건물의 벽돌

21세기 세계 천문학의 화두는 기원(origin)이다. 미시적인 규모에서는 생명의 기원, 거시적인 규모에는 은하와 우주 거대 구조의 기원을 밝히는 것이 현대 천문학의 주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칠레 고원지대 등에 거대 관측 시설들을 세우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우주 망원경을 준비하고 있다.   
생명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한편으로는 별과 행성계의 생성 과정과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별에 있는 외계행성계 탐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1995년에 처음으로 외계행성계가 발견된 이래 현재까지 100개가 넘는 외계행성계가 발견됐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외계행성계가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원시은하구름이 수축해 거대은하를 이뤘다는 ‘단조붕괴모형설’과 작은 은하가 모여 큰 은하를 이뤘다는 ‘단계병합모형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처녀자리에 있는 거대타원은하. ©
한편 은하와 우주 거대 구조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서 두 가지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첫 번째는 거대 구조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은하들의 공간 분포와 우주배경복사 연구이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대폭발 초기에 물질과 빛이 분리되면서 나온 빛인데, 우주가 팽창하면서 점점 식어 오늘날 그 온도가 영하 270정도나 된다.(그러나 우주배경복사의 밀도가 워낙 낮아 우리는 이 추위를 느낄 수 없다). 두 번째는 은하의 생성과 진화 과정을 밝히는 연구이다. 은하의 생성과 진화 연구는 오래 전에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가장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은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모양에 따라 나누면, 소용돌이 같은 나선 팔을 가진 나선 은하, 공처럼 둥글게 보이는 타원 은하, 그리고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불규칙 은하 등이 있고, 크기에 따라 나누면 매우 작고 어두운 왜소 은하(수 억개의 별로 이루어짐), 중간 은하, 그리고 왜소 은하보다 수백 내지 수천 배나 무거운 거대 은하 등이 있다. 은하의 생성과 진화 연구는 이런 다양한 은하들의 기원을 밝히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 중 거대 은하의 생성에 관한 쟁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은하 중에서 가장 무겁고 큰 은하들을 거대 타원 은하라고 한다. 태양과 같은 별이 수천억 개 이상이 모여 있는 거대한 천체이다. 어떻게 이렇게 큰 은하가 만들어졌을까. 오늘날 이에 관하여 대표적인 이론적 모형이 두 가지가 있는데, 상반되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거대은하가 小은하보다 나이가 적다?

첫 번째는 큰 것은 처음부터 크게 태어났다는 모형으로서, 단조붕괴 모형(Monolithic Collapse Models)이라고 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우주 탄생 초기에 지금의 거대 타원 은하보다 더욱 큰 원시은하구름이 짧은 시간 동안에 빠르게 수축하여 오늘의 거대 타원 은하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초기에 있던 재료는 짧은 시간에 모두 별로 만들어졌고, 이 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늙어만 간다. 이 모형에 따르면 타원 은하는 나이가 매우 많아서, 100억 살을 웃돈다.

두 번째는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들었다는 모형으로서, 계층적 병합 모형(Hierarchical Merging Models)이다. 우주에서는 은하들의 약육강식이 매우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힘이다. 중력이 클수록 강자가 되므로 무거운 은하들이 가벼운 은하들을 잡아먹고 더욱 무거워진다. 이 모형에 따르면 우주 초기에는 작은 은하들이 가장 많았고, 이들이 병합되어 큰 은하들을 만들고, 이 큰 은하들이 다른 은하들과 병합하여 더욱 큰 은하들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거대 은하는 작은 은하보다 나중에 만들어지게 되어서, 반 이상이 1백억살보다 적은 나이를 갖게 된다.

최근에 다양한 관측으로부터 얻은 여러 가지 결과는 일부는 첫 번째 모형을 지지하고, 일부는 두 번째 모형을 지지한다. 현재는 아직 어느 모형이 더 적합한 지 알 수 없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국내외의 천문학자들은 매우 먼 우주에 있는 타원 은하를 탐사하거나, 가까운 우주에 있는 거대 타원 은하의 나이를 측정하는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까운 장래에 판정이 나거나 새로운 이론이 나올 것을 기대해본다.

필자는 워싱턴대에서 외부은하를 전공해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Deep Wide-Field BVI CCD Photometry of the Sextans Dwarf Spheroidal Galaxy' 등의 논문이, '허블 망원경으로 본 우주'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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