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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_ '기초학문육성지원사업 성과집'
분석_ '기초학문육성지원사업 성과집'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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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역량 강화…체계적 성과 관리 시급

학술진흥재단 전체 사업에서 기초학문육성사업(이하 사업)이 차지하는 예산 비중은, 2004년도를 기준으로 전체의 54.6%로서 절반이 넘는다. 이번 성과집은 1기 사업을 총정리하고 2기 사업 계획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기 사업의 세부 계획은 아직 준비중이다.<편집자 주>

성과집은 1기 사업을 통해 기초학문의 연구력이 증진되고 공동연구의 기반이 조성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뽑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 1기 사업은 2000년부터 2년간 161개의 연구 과제에 총 70억 원을 투입한 ‘인문학육성사업’보다 지원과제와 액수에서 각각 4.1배와 4.3배가 증대됐다. 참여 연구인원 측면에서는 18.3배나 차이가 난다.

연구소 단위 대규모 연구 기반 조성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성과집은 1기 사업이 단순한 문헌 연구를 통해 자기 완결적인 연구 논문이 주종을 이뤘던 이전 사업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예컨대 ‘규장각 소장 王室?儀軌 자료 정리’나 ‘조선후기 貰冊本의 수집?주석 연구’ 등의 국학 고전연구는 개별 고전 텍스트의 판본 확정이나 주석 작업에만 한정돼 있던 기존 인문학 토대 연구에 새로운 경향을 불어넣었다.

또한 ‘독립국가연합지역 한국학 및 한인동포 원자료 조사’나 ‘근현대 대전?충남지역 한학가의 학맥과 문헌조사’등의 국내외지역연구들은 충실한 현장 조사를 통해 각 지역과 역사적 사건에 대한 원자료를 확보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총115개 과제가 지원된 해외지역연구에서는 ‘베트남 선사시대 호아 빈(Hoa binh) 문화의 전개과정연구’처럼 그 동안 학계에서 소외되었던 지역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전개됐다.

1기 사업은 기초 자료에 대한 일관적인 작업이 불가능했던 기존 개별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사급 연구자 및 연구보조자를 대거 참여시키는 형태의 공동연구 기반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를 통해 총5천5백11명의 박사급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연구 지원의 혜택을 받았으며, 1만1천4백81명의 대학원생 및 학부생들이 연구에 참여하여 학문후속세대의 학문공동체 진입 장벽을 낮췄다.

특히 박사급 연구원들이 주축이 되는 연구팀 구성은 대규모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단 조직을 통해 기초 자료에 대한 수집, 정리, 연구가 체계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의 인문사회분야 연구소가 상당수의 전임연구원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기존 학과나 학부 차원에서 불가능했던 연구를 ‘연구소 사업’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초 이론 연구 및 원천기술 연구에 대한 학문분야별 지원을 통해 ’02~’03년간 기초과학연구에 총 636과제 314억 원, 순수기초연구그룹에 총 64과제 261억 원을 지원한 기초과학분야도 2002년도 이후 학부생의 과제 참여를 통해 연구와 교육의 실질적인 연계와 차세대 연구인력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주제별 대학별 편중 현상 우려

그러나 전체 사업에서는 개별연구 과제 비중이 높아 공동연구 기반 조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토대 연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기존의 협동연구 등과 지원 형태가 구분되지 않거나 응용 정책 연구의 성격을 가진 연구도 있어서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이라는 정책의 일관성이 흐려진 면도 있다.

일부 분야나 대학에 대한 편중 지원도 1기 지원사업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예컨대, 인문사회분야에서 국외 지역연구(26.7%), 일반 연구(33.4%) 등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고 국내지역 연구(13%) 비중은 낮게 책정됐다. 또한 연구 인력이 대규모 대학위주로, 기존에 연구 역량을 축적해 온 일부 대학에 대거 흡수됨으로써 지방 대학 등의 중소 대학의 연구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결과가 야기됐다.

기초과학분야의 지원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 뿐만 아니라, 과제당 3~5천만 원 규모의 소규모 단기 사업위주로 진행됨에 따라 기초과학의 연구 환경 조성엔 거의 기여하지 못한 것도 1기 지원사업의 한계로 드러났다. 순수기초연구그룹의 경우 상대적으로 단위도 크고 3년간의 장기 지원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첫해에 많은 예산이 소진되어 많은 연구자를 균형있게 지원하지 못했다.

또한 기초과학연구와 순수기초그룹연구 간 연구비 지원액의 편차가 심한 것도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2002년부터 2년간 통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는 평균 3천6백만 원 가량의 지원을 받았지만, 순수기초연구는 평균 2억1천2백만 원 가량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건수 대비 연구비 배정방식도 기초학문육성사업의 취지를 반영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신청 건수에 따라 연구비를 배정함으로써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많은 연구비가 지원된 것이다.

연구 결과물이 후속 연구를 위해 실질적인 토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을 통해 산출된 자료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용이해야 된다. 그러나 현재는 전반적인 자료의 정보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정보화된 자료조차도 각 협약 기관에 직접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연구가 종료되고 연구단이 해체될 경우, 연구단 각각의 자료 관리가 부실해질 우려에 따라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성과집은 제2기 사업의 중요 정책으로 연구결과물의 체계적 관리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과제 선정이나 연구비 지급?관리에 행정 역량을 총 투입하는 현재의 운영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으면 효율적이며 실질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학진은 내년 2월경 기초학문육성사업의 세부 계획을 공고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준비중이다. 이어 5월까지 사업을 접수한 후 7, 8월경 연구과제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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