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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料를 통해 본 한일관계의 과거와 미래
史料를 통해 본 한일관계의 과거와 미래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10.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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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韓日關係史料集成’(손승철 編, 경인문화사 刊, 전32권)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포함하여 매년 되풀이되는 한일 양국간의 역사 분쟁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노력을 결여한 채 다분히 양국 정치지도자들의 공허한 수사학과 국민들의 감정적 대응으로만 전개됐다.
그나마 일본에서 한일관계사의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주로 식민사관을 정당화하기 위한 왜곡된 목적의식에서 출발한 것이었기 때문에 신뢰받는 자료로 자리 잡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한일관계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일관계사료를 집대성한 사료집이 발간돼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일관계사료란 조선과 일본의 관계에 대하여 기록한 기사나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일본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료를 포함하며, 넓게는 조선에서 일본에 대해 취한 여러 방면의 시책이나 시행된 내용이 담겨 있는 기사를 의미한다.

한일관계사학회의 회장이기도 한 강원대 손승철 교수가 펴낸 이번 사료집은 삼국시대부터 개항기에 이르기까지 약2천년간 ‘三國史記’, ‘三國遺事’, ‘高麗史’, ‘高麗史節要’, ‘朝鮮王朝實錄’ 등에 기록된 약2만 건의 한국과 일본에 관련된 기사를 발췌하고 있다. 손 교수는 각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동시에 통시대적으로 사료를 발췌해 정리하고, 기사 전체를 연대순으로 원문과 번역문을 만들어 모두 29권으로 간행했다. 또한 육하원칙에 따라 각 기사를 정리한 후 편년식 연표로 만들어 ‘한일관계사 기사년표 색인집’을 3권으로 간행함에 따라 총32권의 방대한 한일관계사사료집이 됐다.

기사에 대한 분석은 한일관계사의 흐름과 방향, 그리고 연구주제 내지는 문제의식을 개발하게 해주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조선전기(태조~명종)에는 왜구의 침략과 응징 및 대책 그리고 그에 관계된 포상·처벌이 가장 많이 보이는데, 이는 조선전기 대일관계의 기조가 왜구의 관리에 관한 것이었음을 드러낸다. 조선 후기(광해군~철종)의 경우, 사료들은 전쟁에 의해 붕괴된 교린 관계를 통신사와 왜관을 통해 재확립하고 유지한다는 외교 방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유구에 관한 기사가 많은데 이는 한일관계가 단순히 조선과 일본간의 일원적 관계가 아니라 중국과 유구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속에서 전개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역사문제를 단순히 한일양국간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접근하는 현재의 모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아직은 각 왕대별 기사나 임진왜란에 관한 기사 내용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발췌자의 문제의식이나 관점에 따라 기사의 선별이 이뤄졌으므로 이에 대한 관련 학자들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한일관계사료에 대한 작업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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