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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총장도 견제,균형없으면 전횡 있을 것"
"직선총장도 견제,균형없으면 전횡 있을 것"
  • 박병덕 전북대 교수
  • 승인 200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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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고]국립대 구조개혁을 말한다-2. 대학의사결정구조와 교수회 학칙화

박병덕 / 국교협 전 사무총장, 전북대 독어교육과

대학은 인간과 사회, 자연의 본질과 구조 및 그 상호관계에 대해 총체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의 전당이자, 지식과 교양과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을 전문가 집단으로 양성함과 동시에 양심적인 민주시민으로 육성하는 기능을 담당한 교육기관이다.

대학은 또한 국가와 사회의 요청에 부응하여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인력을 배출할 책무뿐만 아니라, 비판적 지식인 집단으로서 국가와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바로잡아야 할 책무도 지닌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국가경쟁력은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통해 이루어지며 결국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런데 우리 대학은 연구·교육·봉사의 본질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만한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력이 낮은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열악한 교육 여건과 잘못된 대학지배구조에 있다.

따라서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무엇보다도 교육재정을 확충하여 교육 여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대학 운영의 의사결정구조를 획일적인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율성, 공공성, 민주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현행 총장전권체제에 대해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수회를 법정기구화 하는 것이다.

아무리 직선 총장이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의결과 집행의 분리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 없이는 대학을 전횡적으로 운영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핵심 주체인 교수의 조직체인 교수회를 법제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헌법(제22조 제1항<"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과 제31조 제4항<"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이 보장하는 대학자치는 대학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구조의 제도화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역사나 규모, 성격이나 여건 등이 달라 획일화된 의사결정구조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교수회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이다.

대학 운영의 의사결정구조와 관련하여 교육부는 "교수 중심의 폐쇄적 대학운영체제"에서 벗어나 대학외부인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일관된 방향을 줄곧 유지해 왔다.

교육부의 이런 입장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이 대학평의원회 구상이다. 학내기본정책 심의, 예·결산 심의·의결, 총(학) 선출방법 심의·의결 기능까지 갖는 최고의사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대학평의원회는 대학경영층, 교수, 직원, 학부모, 그리고 동문회 대표, 교육부장관이 추천하는 자, 지자체장 또는 지자체장이 추천하는 지역인사 등 다양한 학내외 인사들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학생, 직원 등도 이해관계가 있거나 본연의 기능과 관련된 사안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총장과 교수회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거나 상호 협력과 조정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외부인사도 함께 참여하는 기구를 둘 수도 있다.

이는 교육기본법(제5조 2항: "학교운영의 자율성은 존중되며, 교직원·학생·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은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의 취지에도 부합된다. 하지만 "연구와 교육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데 대학의 모든 집단이 차등 없이 획일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임운영기관화 구상에 총장직선제에 대한 교육부의 솔직한 입장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 교육부내에 구성된 "총장후보선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자를 교육부장관이 총장으로 임명하고, 총장은 교육부장관과 경영계약을 체결하며, 교육부장관은 대학지원 규모 및 총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고, 총장에게 조직권, 인사권 및 재정권을 이양하는 경영계약제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책임운영기관화 방안의 핵심은 교육부가 임명총장을 통해 대학을 통제하는 데 있다. 교육부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구조개혁 방안>(2004.8.31)에서 국공립대학 총·학장 선출방식 개선을 추진 과제 중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학민주화의 산물인 총장직선제는 현재 당해 대학교원의 합의된 의사에 따라 직선총장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총장직선제의 단점을 보완하여 이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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