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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느끼고, 보고, 생각하라
다르게 느끼고, 보고, 생각하라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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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강의결과를 묶어낸 두권의 책

요즘 강의결과를 책으로 묶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토론학습, 현장탐사 등 상호소통적인 수업들이 늘어나고 그만큼 강의실의 '음성언어'들의 질적 수준이 높아져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강정인 서강대 교수(정치사상)가 지난 몇 년간 '서구중심주의'를 주제로 '문화와 정치'라는 과목을 강의하고, 그 결과를 '나는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책세상 刊)라는 책으로 묶어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서구중심주의의 의미, 역사적 전개, 극복 방안 등을 설명하는 강 교수의 강의 노트이며, 다른 하나는 수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스스로의 반성과 대안을 담아놓은 학생들의 글이다.

1장 '우리에게 서구는 무엇인가'에서 강 교수는 일상 깊숙히 자리잡은 서구중심주의와 우리의 변방 콤플렉스를 지적하고 우리의 시간, 위치, 미적 기준 등을 쉽게 풀어쓰며 강의를 들은 장수연은 자신의 하루일과를 꼼꼼히 체크하며 그것을 잡아내려고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2장 '서구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서구예외주의 등을 지적한 강의를 들은 송영은 학생이 그 후 튀니지에서 몇 개월간 아랍어를 공부하면서 본 튀니지인의 모습에서 서구를 닮고 싶어하는 한국인을 떠올리는 식이다. 학생들은 광고에 나타난 오리엔탈리즘, 조기유학을 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서구중심주의를 읽어내기도 하고, 평화·인권 등에서는 서구적 가치를 긍정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솔직한 고민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다소 '서구중심주의'라는 것에 얽매여 오히려 생각이 갈피를 못 잡는 측면도 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화가처럼 생각하기'(아트북스 刊)는 경제학자이자 화가로 유명한 김재준 국민대 교수가 체험미술 프로그램인 ALS의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을 담은 책이다. 화가되기 체험을 통해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찾는 일종의 자기 계발서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네모를 그려라',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려봐라', '추상과 구상의 차이를 표현해봐라', '어린아이의 상상력을 봐라' 등을 요구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학생들이 그려온 그림에 대해 그렇게 그린 이유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며 논평하고 창의력의 증진을 꾀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저자가 주장하듯 기술과 지식이 쌓인다고 멋진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자신만의 조형언어와 스타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표현할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아본 경험, 즉 능동적인 생산자가 돼본 경험이 창의력의 핵심"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책의 특징은 중간중간 현대미술에 대한 저자와 다른 평론가들의 평론이 삽입돼 있어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 뜻을 알 수 없고, 감각으로도 접근할 수 없는 현대미술의 고도의 추상성을 이해하는 길은, 화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을 생산하는지, 그 아이디어와 실천의 과정을 상상함으로써 감각적 친화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언이다. 거울 하나를 덜렁 걸어둔 작품 앞에서 "거울 속에 변형된 나의 모습, 입김을 불어 거울 속의 나를 지우는 행위" 등을 통해 화가의 뜻에 다가가는 노력을 할수록 현대적인 감각이 길러진다는 것. 그런 점에서 현대미술에 대한 입문서로서도 손색없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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