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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 : 댄스스포츠 국제자격증 딴 손기상 서울산업대 교수(안전공학과)
[호모루덴스] : 댄스스포츠 국제자격증 딴 손기상 서울산업대 교수(안전공학과)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05.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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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03 17:24:11

인간의 몸이 빚어내는 격렬하고 치열한 몸짓만큼 아름다운 예술이 있을까. 꽃이 되고 노래가 되고 때로는 사랑이 되어 마술의 언어로 피어나는 몸짓. 춤은 인류와 함께 시작된 최초의 예술이었다. 형태와 장르는 달라도 춤은 여전히 아름다운 만국 공통의 몸 언어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춤은 아직까지 ‘특별한 어떤 것’이다. 특히 나이든 이들의 춤은 이상야릇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영화‘쉘 위 댄스’에서 사람들 눈을 피해 스텝을 연습하던 주인공처럼, 색안경과 오해 뒤에서 춤추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는 가련한 중년들의 손을 잡아끌어 무대 위에 세우는 이가 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춤에 미쳤노라고 이야기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춤바람 나게 하려고’ 애쓰는, 국내 댄스스포츠의 1인자 손기상 서울산업대 교수(안전공학과)이다.

손교수의 연구실에 있는 상장과 상패들, 그리고 댄스스포츠 교사 자격증들은 그가 아마추어가 아님을 알게 해준다. ‘초급댄스스포츠’(예학사), ‘메렝게 살사 맘보 바차타’(예학사) 등 댄스관련 저서가 네 권이고, 지난해 말에는 춤 국제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 영국왕실댄스교사협회(ISTD) 인증 댄스스포츠 교사(중급) 자격증도 따냈다.

“댄스스포츠란 몸에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속옷이 젖는, 몸과 마음이 함께 상쾌한 유산소 운동입니다. 또 늘 음악과 함께 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크게 안정이 됩니다.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는 운동인 것이지요.” 춤을 알고 나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음이 늘 즐겁다는 것이다. 댄스스포츠는 반복되는 실험과 수치와의 싸움인 공학연구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심신의 엔돌핀’인 셈이다.

그가 춤을 처음 배운 것은 정부 지원으로 영국에 유학간 1990년. 춤을 통해 마음을 나누며 친해지는 유럽의 문화적 전통과, 일주일에 2파운드라는 싼 강습료는 그를 자연스럽게 춤으로 이끌었고, 춤은 외롭고 가난한 유학시절의 고생을 잊게 하는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귀국 후 본격적으로 춤에 뛰어든 것은 1996년. 처음 나간 시합에서 꼴찌에 가까운 순위를 기록하고, 몇 년 동안 대회 참가에 의의를 두다가 1999년 7월, 발레를 전공한 새 파트너를 만나면서 춤에 비로소 ‘날개를 달게’됐다. 작년, 국내 댄스스포츠 대회 라틴과 모던 양쪽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무엇이든 정성을 다하면 어떤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그저 좋아서 춤을 추다가, 책을 내고, 급기야 교사자격증까지 따게 된 그에게 있어 이제 춤은 취미가 아니라 제 2의 전공이고 생활이다. 서울산업대 사회교육원에 댄스스포츠 강좌가 열리게 된 것도 그의 노력의 결실 중 하나이다.

건강한 땀의 상쾌함, 파트너와의 조화와 배려를 통해 동작을 완성해가는 겸손함, 거기에다 춤 자체의 아름다움과, 몰입에서 오는 황홀함이 더해진 댄스스포츠의 매력이야말로 손교수를 춤 추게 하는 동력이다. 그는 멈추지 않고 춤을 추는, 활기차고 행복한 노년을 꿈꾸고 있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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