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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추구는 建康한가
건강에 대한 추구는 建康한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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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 건강의 다양한 상품화

현대인들에게 건강만큼 소중한 건 없다. 건강을 잃어봤다면 말이다. 건강은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자아의 '정체성' 회복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인생의 테마가 됐다. 이런 조건에서 자본주의는 건강이라는 원재료를 가지고 최대 이윤을 얻어내기 위해 맹렬하게 공장을 돌리고 있다. 옛날 텔레비전에서, 메인 광고 다음에 '자매품'으로 소개되곤 했던 과자들처럼, 건강이라는 것도 맛이 다른 복제품을 연일 찍어낸다. 육체와 정신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나이별로, 직장별로, 거주지별로, 국가별로, 신체적 특징별로 나뉘어지고 연결되는 건강의 변증법적 분화는 모든 걸 섹션화시키는 근대의 문법과 탈근대적 해체의 묘한 습합관계를 연상시킨다.


이런 걸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요즘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 건강과 관련된 책들이다. 교보문고에 가보면 세상은 온갖 잡다한 건강의 요지경이란 걸 알게된다. 이런 다양성은 놀랍기도 하지만, 우리가 건강에 너무 얽매어 사는 게 아닌가하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따라서 이데올로기적 분석의 시각에서 건강의 범람현상을 살펴볼 필요도 있는 듯하다.


요즘 '뜨는' 상품으로 '밥상차리기' 시리즈가 있다. '2천원으로 밥상차리기'(웅진닷컴 刊)가 대히트를 치면서 '1천원으로 차리기' 등의 아류작들이 무려 십여종이나 연달아 쏟아져나와 이 중 대여섯 종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 책들의 키워드는 '절약'하면서 '건강'도 챙기는 '도랑치고 가재잡기'의 맥락에 놓여있는데,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류가 챙겨놓은 독자층에 서민들이 대폭 가세하면서 잘 팔리고 있다. 건강한 삶을 경제적 위기와 연결시키는 이런 사례는 건강의 상품화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진행되는 지를 잘 보여준다.


그 다음 눈에 띄는 것은 다이어트 책들이다. 비만이 모든 질병의 근원지로 각인이 되면서 '날씬해지기' 위한 게 아닌, '오래 살기' 위한 다이어트 책들이 각광을 받는다. '청국장', '웰빙', '사찰음식', '생쥬스' 등이 요즘 다이어트 책의 대표적 접두어들이다. 이들의 반대편에는 정크푸드를 저주하는 외국의 번역서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건강에 나쁜 음식의 반대편은 완벽한 '자연식품'이 아니라는 걸 알게된다. 슈퍼마켓에 가보면 가공된 웰빙 식품의 붐을 느낄 수 있고,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의 마케팅이 융성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건강은 상업적으로 연결된 연합세력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여있고 관리되고 있다. 무엇인가의 찝찝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좀더 두 눈을 부릅뜨면 '性'이라는 것도 건강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돼 들어왔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속좁은 여자가 아름답다'(느낌이있는책 刊), '치마 속 웰빙이야기'(유나미디어 刊), '여성이여 깨어나라'(경향미디어 刊) 등은 '굿 섹스'가 여성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세권의 책을 지은 사람이 모두 '전문의'들이라는 데 있다. 환자들을 치료한 것을 바탕으로 성생활 전반에 대해서 조언하는데, 철학적이고 문학적 차원은 거의 없고, 직설적인 요법에 대한 어드바이스가 주류를 이룬다. 무미건조하지는 않지만, 이런 책들은 여성의 몸에 대한 전반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부적인 것의 확대의혹을 떨칠 수 없다. 반면에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이유명호 지음) 같은 경우는 여 한의사가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해서 의학적 지식을 사용해가며 여성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지를 잘 설명하고 있어 위의 책들과 대조적이다.
정신과 심리도 '건강'의 문법으로 포장되고 있다. 1980년대에 크리스티나무쉬로 인해 국내에 유행한 '명상' 류의 책들은 2000년대부터 '느림'의 선호현상과 함께, 그리고 달라이 라마, 틱낫한 등의 '티베트 코드'와 더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추구하는 사회적 흐름을 주도했다. 최근에 들어서는 이런 흐름이 '스트레스'라는 저해요인을 발견하면서 건강퓨전서들로 거듭나고 있다. 서구적이고 약간 식상한 느낌을 주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피해 '화'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 틱낫한의 '화'를 필두로 '화 다스리기', '한국인의 화', '화, 분노에서 벗어나기' 같은 책들이 올해에 나와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김열규 교수의 '한국인의 화'를 제외하고는 '스트레스'의 번역어이고 내용은 '화'와 별로 관련이 없다. 스트레스는 '원인'에 무게중심이 있는 '외재적인 것'의 관점에서 인간을 본 것이고, 동양에서의 화는 '잠재적인 것' 또는 그것의 '증상'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책들은 '화'의 인기에 편승해서 상속을 챙기고 있다. 차라리 '유쾌한 스트레스'(예문 刊)처럼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그것을 즐기는 법을 권하는 책이 솔직한 게 아닐까.


건강의 상품화는 매뉴얼을 나열하는 것에서부터 인문학적 옷을 걸친 것까지 매우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책들의 과장된 수사법이다. 사실 읽어보면 제목과 내용이 불균형한 공허한 책들이 대부분이고, 자세한 안내지도를 포함한 책들을 봐도 그것을 통해 효과를 얻기 위한 실천을 감행하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런 책들은 우리의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은 거의 못준다. 다만 건강의 중요성과 다양성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재확인시키고, 쇄뇌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간다.


물론 건강은 혼자 힘으로 자가증식할 수 없다. 그것은 질병의 분화와 맞물려있다. 의학, 생명과학, 심리학, 정신분석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신체적 증후들은 매우 세부적으로 연구관리된다. 최근 '뇌'를 이용한 건강법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뇌과학의 눈부신 발달에서 아주 작은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초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한 뇌를 세팅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신체는 그대로 있는데,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의 신체는 질병을 더욱 많이 거느리게 된다는 것이다. 예전엔 몰랐던 신체증후가 질병으로 분류되면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언론은 연일 질병사회 만들기를 부추기고 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요즘 인터넷사이트에서는 등수놀이라는 게 있다. 어떤 칼럼이 게시판에 뜨면 댓글을 가장 먼저 올리는 사람이 '1등 먹었다'라며 환호성을 지르고, 2등은 '한발 늦었군' 하면서 노는 건데, 이 놀이에서 1등을 하려면 하루종일 그 사이트를 노려봐야 한다. 이쯤 되면 언론들은 '신종' 질병이 출현했다고 선언한다. 건강의 상품화에는 이런 질병의 존재와 치료법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개발하고 있는 과학의 발전과 매체를 통한 그것의 대중화 현상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이 건강한 삶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것인지 질문을 던져볼 시점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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