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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_협동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이공계 분야
연구정보_협동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이공계 분야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09.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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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맞는 공동연구자, 원생 확보가 관건

인문사회분야에 이어 이공계 분야의 협동연구 상황을 점검한다(교수신문 314호 참고). 실험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연구 보조 인력 충원 문제는 이공계 분야 협동연구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이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교수들의 노하우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창의적 공동연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협동연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지속되고 있다. 이공계 분야에 대한 협동연구도 꾸준히 전개되고 있는데, 2003년에는 총 243건의 협동연구 지원건수 중 이공계 분야가 118개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도 126억원 중 76억원을 차지하여 절반을 넘는다. 대부분의 이공계 교수들은 협동연구 지원사업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협동연구 지원의 틀 안에서 이공계 분야 연구에 필수적인 실험환경을 구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부족한 연구 환경 보완의 최선책은 ‘협동’

협동연구 지원을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실험 환경 구축은 어렵지 않지만, 보다 우수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필요한 고가의 실험 기기들을 장만하기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협동연구 지원비가 비교적 적은 액수이고,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의 관리지침상 연구기기 구입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협동연구 지원비를 통해 필요한 연구기기를 구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실험에 적합한 환경이 잘 구축된 공동연구자를 찾을 수 있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박순자 김포대 교수(피복환경학)는 ‘화학물질 차단을 위한 방호복의 기능성 및 쾌적성에 관한 연구 - 다이옥신류 차단을 위한 안전 보호복 개발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협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실험을 위해서는 환경온 30℃, 상대습도 50%, 무풍 등의 조건이 갖춰진 인공기후실과 특수 제작한 마네킹이 필요하다. 모두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반면 일본에는 인공기후실과 실험장치, 발한마네킹, 스킨모델 등 연구에 필요한 장치가 잘 갖추어져 있는데, 일본 측 공동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만족할만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지식과 실험 인프라간의 절묘한 국제협동사례다.

이공계 인력 위기 현상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협동연구에 필요한 연구 보조원 충원 문제가 주요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곤충의 비행원리를 원용한 초소형 비행 로봇 연구’를 주제로 협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박훈철 건국대 교수(항공기 설계/제작)는 대학원생 확보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인데, 학진의 인건비 배정기준이 “학비를 100% 다 해결해주고, 학생들에게 생활비도 일부 보조해준다고 해야 겨우 관심을 갖는 현재 세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박 교수는 교내의 장학금 제도를 동원하여 사전 교류가 있던 인도네시아의 ‘반둥공대’학생을 연구보조원으로 참여시켜 인력난을 해소하였다. ‘스테로이드성 식물호르몬, Brassinosteroids의 항상성 조절 및 신호전달에 관한 연구’를 수행중인 정현숙 조선대 교수(유전공학)도 네팔이나 조선족 유학생들을 연구에 참여시킴으로써 연구보조원 품귀 현상을 극복했다.

그러나 연구보조원들이 있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 투입하기는 어렵다. 최소한 6개월 정도는 책임 교수의 지도아래 연구에 필요한 테크닉을 배워야 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 결국 협동연구의 초기 6개월은 교수의 업무 부담만 가중되는 시기이다. 현재 협동연구 2년차인 정현숙 교수는 ‘조기 교육’을 통해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였다. 즉 관심있는 학부생들에게 연구를 개방함으로써 미리 연구 관리 기술을 체득케 한 것이다.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충실한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주제와 공동연구자 선정은 묶어서 미리 준비해야 유리

1년을 원칙으로 하는 학진의 협동연구 지원 방침은 이공계 분야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문제이다. “신진연구자의 경우, 연구 인력 구성, 컴퓨터 등 연구 설비의 설치 등으로 인해 연구 환경이 안정화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구비 지원이 시작된 1년 안에는 연구 성과가 나오는 게 별로 없다.”‘포텐셜 에너지 개발과 광역 최적화를 통한 단백질 접힘 연구’를 수행한 숭실대 이주련 교수(생물물리)의 지적이다.

1년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주제와 공동연구자 선정을 포함한 철저한 사전준비 외에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연구자의 연구 업적 평가 비중을 축소하고 연구계획과 연구업적간의 연계성 심사를 강화하려는 학진의 지원 계획도 꼼꼼한 사전준비를 강조하고 있다.

협동연구 주제를 선정할 때는 자신의 관심분야뿐만 아니라, 함께할 공동연구자의 연구 분야까지 미리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경험있는 교수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기존 연구 성과가 없는 아주 새로운 분야를 택하기는 어렵다. 최소한 1년 안에 결과를 낼 수 있는 적절한 연구 환경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공동연구자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구언 하구의 물리적 특성과 이매패류 생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전남대 조양기 교수(물리해양)는 “평소에 능력을 갖춘 잠재적인 공동연구자들과 자주 토론하기”를 권장한다. 특히 최근에는 학제간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구자들과 교류해야 우수한 공동연구자를 확보하기 유리하다고 덧붙인다. 주제와 공동연구자 선정을 따로 하지 말고, 사전에 관심있는 분야에서 틈틈이 연구자들과 교분을 쌓으라는 지적이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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