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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월간미술』 이건수 편집장
인터뷰_『월간미술』 이건수 편집장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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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처럼 읽히는 잡지 만들 것” … 평론가들, 너무 경색돼 있어

‘월간미술’ 이건수 편집장(사진)은 2000년 7월호 ‘편집후기’에서 “월간미술은 색깔논쟁을 벌이는 소수만을 위한 잡지나 종합정보지 역할을 지양하고 제 3의 점으로 존재하려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지도 대중지도 아닌 ‘독창적 정체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월간미술에 대해 “대중적이지 않다”, “서울중심이다”, “편향됐다”라는 불만들이 쏟아진다는 말에 이 편집장은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모든 걸 타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편집원칙은 “현대미술을 지향하되 전문지의 성격을 유지하며 동시에 TV처럼 잘 읽히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이런 잡지의 입장과 미술계의 요구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보인다. 현재 미술잡지들을 향해 가장 심각하게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는 “현안을 생산적으로 풀어내는 담론이 없다”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건수 씨는 “담론에 참여하는 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대안까지 모색하는 논쟁을 해줬으면 한다”라고 역주문 했다. 지면을 열어주면 사적인 주장들이 오갈뿐 별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는 또한 “담론공간을 형성하기 전에 논쟁문화부터 형성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서 특집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월간’이라는 사이클도 한 논점을 붙들고 가기엔 애매하다는 점도 털어놓았다.

다음으로 미술잡지의 본연적인 임무인 작가론, 작품비평이 그 선정에 있어 공정하지 못하고, 비평이 비평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 편집장은  “우리도 주례사 비평은 원치 않는다. 작품을 이론에 끼워 맞추는 비평은 지양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고 한다. 현재 월간미술의 필진들은 일류급임에도 불구하고, 평단의 독특한 상황을 고려한다거나 자신의 이론적 경향을 앞세우다보니 일반인은 물론 작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너무 많이 나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지를 담론보다 중요시한 적은 없다. 다만 어떤 담론을 보여주려면 최소한 한개의 이미지라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글만 가득하다면 누가 보겠는가”라며 오히려 되물었다. 미술계에 퍼진 월간미술에 대한 불만은 이렇듯 수용되지 않고 다시 비판을 제기한 이들에게로 되돌아서 튕겨나온다.

작품이나 작가의 선정에 있어서도 월간미술 측은 공정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자문위원, 편집위원을 구성하는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수렴하려는 시도를 해봤지만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작품선정은 내부의
몫으로 남겨지곤 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평론가들에게 불만이 많았다. “요즘 평론가들 중에 부드럽게, 쉽게 쓸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좋은 비평은 쉬운 단어로 깊이있는 내용을 담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대부분 글이 경색돼 있고, 이론비평에만 머문 경우가 많다. 현장에 참여해 소용돌이 속에서 나오는 생생한 비평을 보고 싶다”라며 평단에 주문한다.

월간미술은 국내의 일류급 필진과 작가들이 포진한 한국 미술의 현주소다. 그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듯하다. “월간미술의 책임은 책 잘만드는 일에 전념함으로써 다하고 싶다. 현 미술계를 꼬집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초점은 미술계에 힘을 실어주는 것, 작가들을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것이다.” 답변하는 그의 태도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그는 월간미술이 세계 유수의 미술잡지들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잡지의 ‘수준’은 결국 독자들에 의해 평가되는 것. 낮게 임하는 고급지가 되길 바란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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