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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연구관이 아쉽다
미래를 보는 연구관이 아쉽다
  • 윤명철 동국대
  • 승인 2004.07.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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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동북아시아 선사 및 고대사 연구의 방향』(이성규 외 지음, 학연문화사 刊)

윤명철 / 동국대·고대사

역사학은 미래학이다. 거대한 혼돈과 불확실성으로 차있는 전환기에서 역사학이란 미래예측 지표의 기능을 제시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상식과 추론이 아닌 다른 학문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학제간의 협력태도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북아시아 선사 및 고대사 연구방향'이라는 주제는 매우 적합하다. 더욱이 근래에는 동아시아가 하나의 세계로서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이 책은 시대적으로는 선사와 고대사가, 연구분야는 문헌사와 고고학, 그리고 신화연구가 함께 모여 발표한 내용을 묶은 것이다. 연구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추구하고자하는 실험정신을 지니고 의도된 것으로 추측하지만 아쉬움이 크다. '연구방향'이라면 연구사의 정리가 아니라 새로운 관점 연구방식의 제안 지향점 등 역사학 자체의 문제를 다루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이 책은 각 연구자들의 개인 논문, 혹은 연구사의 단순 정리, 자기 설의 장황한 소개에 그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몇 편의 글은 매우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이고, 내용에도 독창적이고, 연구지침으로 훌륭한 글도 있었다.

먼저 이성규의 '中國 古文獻에 나타난 東北觀'을 든다. 그는 전통적인 중국의 역사서술이 현재의 동북공정과 부분적으로 관련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면서 주제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고대사 전공자답게 풍부한 사료를 제시하면서 夷와 東夷의 실체 및 성격, 우리와의 관련성을 차근차근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편찬된 사료의 성격규명과 서술태도의 변천양상을 분석하면서 중국의 우리(?)에 대한 기본태도와 인식 나아가 정책이 무엇인지, 우리와 관련된 역사가 중국사와 다름이 있다는 것도 규명해내고 있다.

특히 사료 가운데에서 문장의 전개방식과 용어의 미묘한 변화마저 추적해서 중국인들의 중화의식에 기초한 역사의 미묘한 왜곡을 지적하고, 그것이 가진 정치· 종족적인 의미를 파악해내 숨은 의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논문은 이러한 역사상에 대한 역사 외적인 서술태도를 문자 해석 외에 국제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과 적용을 통해서 더욱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이는 중국사료에 담긴 중국적인 인식을 소홀히 한 채 한정된 자료와 선험적인 인식으로 울타리를 친 한국사전공자들에게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지식을 전달해줬다.

신종원의 '단군신화 연구의 여러 문제'에서 보듯 단군신화에 대한 연구성과는 수백 편에 이를 정도로 많다. 다만 연구성과와 무관하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계의 통념과 시대적인 분위기 탓에 늘 역사의 영역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대표적인 학자로서 추상적이고, 실재성이 결여된다고 믿어지는 신화를, 신화자체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토대로 객관적 실증적인 연구를 함으로써 늘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글에서 단군신화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그때 그때의 사서를 중심으로 해석하면서 객관성과 실증성을 빙자했지만, 그 전후의 역사인식 및 시대사람들의 문제의식을 등한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동일한 사건과 내용을 기록한 사료들을 일일이 비교해 그 차이점 및 그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추구해 침착하고 꼼꼼하게 분명한 어조로 주장해 결론을 유도해냈다.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시대적인 상황과 인식에 비중을 두어 당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더 천착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면, 본기와 고기에 서술된 단군신화의 시대적인 위상과 역할이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민족개념에 대한 오해 등을 불식시키려는 보완장치 등이 있었으면 한다.

역사학자들이 역사학의 자기역할을 수행하고, 책 제목대로 연구방향을 추구하려면 좀더 적극적인 지적 모험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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