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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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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두 대구대
  • 승인 2004.07.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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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계의 그물 혹은 그늘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이 급속히 진행되고, 이의 활용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기술혁신은 모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특히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은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원동력이며,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 즉, 물질중심의 제조업과 아날로그 문화에 기초한 산업사회가 지나가고, 지식 중심의 정보경제와 디지털 문화에 기초한 정보사회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정보사회의 도래에서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의 확산은 정보통신기술의 혁신과 이와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 하락, 세계적 표준통신규약에 의한 통신망의 연결, 그리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 향상 등에 기인한다. 나아가 인터넷의 기술혁신과 확산은 자본의 세계화와 관련된다. 예로, 전 세계에서 하루 통화 거래량은 약 8천억 달러로, 이러한 금융거래의 확대는 인터넷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 졌으며 또한 인터넷의 추가적 발전을 추동하고 있다.

인터넷의 확산은 사회 모든 부문에서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디지털경제는 상품으로서 정보의 생산과 초공간적 이동을 추구한다. 또한 사회정치적 이슈들이 인터넷을 통해 교류되면서, 사이버공간에서 정치적 공동체가 형성될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정치적 행동이 유발되기도 한다. 최근 대선 및 총선은 인터넷의 놀라운 위력을 실감하도록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발달과 ‘전자정부’의 출현이 이루어졌다.

인터넷의 활용은 공간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급속한 시?공간적 수렴을 가져왔다.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의 창출은 물리적 거리의 소멸과 더불어 지리학의 종말을 가져올 것으로 주장됐다. 인터넷의 발달은 소도시의 규모 경제의 한계를 탈피하여 경제기능들의 자유로운 입지를 가능하게 할 것처럼 보였다. 인터넷의 확산은 원거리 실시간의 정보교환을 통해 지역격차를 해소하고 평등한 사회공간을 만들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인터넷의 확산은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쌍방간의 자율적 정보교류와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터넷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확산은 공간적 (즉 국가간?지역간) 및 사회적으로 (즉 계층간?세대간) 엄청난 디지털 격차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 정보통신망과 인터넷 서비스는 이를 향유할 수 있는 경제적, 기술적 여력이 있는 지역에 구축되며, 인터넷의 이용은 중상위 소득의 젊은 고학력 계층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에 집중된다.

사실 도서관이나 신문?라디오?TV를 통한 아날로그 식 정보 전달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모든 집단에게 비교적 공평하게 개방된다. 예로, 신문은 손쉽게 구입돼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들이 읽어볼 수 있다. TV 역시 가구당 몇 천원의 시청료로 가족들이 모두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접속은 정보통신망이 깔려 있는 컴퓨터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통신망 이용과 정보 접속을 위하여 월 몇만원의 비용이 지출돼야 하지만, 어린이와 노인세대의 접근성과 활용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인터넷 이용은 첫째 실제 지리적 장소에 구축돼야 하는 물리적 하부시설들과 이들을 연결하는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며, 둘째 인터넷 시설과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한 화폐적 비용 지출을 요구하며, 셋째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기술적 활용 능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정보사회에서의 새로운 디지털 격차는 기존의 지역격차, 소득격차, 교육격차에 의해 초래되면서, 다시 이들을 증폭시킨다.

앞으로 인터넷의 이용과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인터넷은 경제적 거래, 정치적 의사결정,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적 경험과 오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사이버공간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보사회가 촉진될수록, 디지털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사회에서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개인 소득이나 지적 능력의 차이를 능가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디지털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 그리고 정보사회에서 소외된 지역과 계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정보사회의 도래를 늦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병두 / 대구대 지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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