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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더 나은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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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21.02.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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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모알렘 지음 | 이규원 옮김 | 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 280쪽

 

왜 여성이 더 잘 견디고 이겨내고 살아남는가!
세계적 유전학자가 밝히는 XX여성의 놀라운 능력과
인류의 절반을 배제하는 보수적 현대의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여성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이 낮다. 여성은 발달장애의 가능성이 낮고, 암을 더 잘 극복한다. 왜일까?


세계적 유전학자이자 의사인 지은이는 이 같은 물음에 새로운 근거를 제시한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미숙아를 치료한 경험, HIV에 감염된 고아들을 돌본 경험, 노년층을 대상으로 신경퇴행성 질환을 연구한 경험 등을 회상하며 왜 생의 모든 단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강한지, 왜 우리는 정반대로 믿고 있는지 설명한다.


20년 넘게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수행한 연구 끝에 지은이가 찾은 해답은 X염색체를 2개 보유한 여성의 유전학적 우월성에 있다. 수많은 X-연관 질환으로 인해 의학계는 X염색체 자체를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남성에게만 해당할 뿐, 여성에게 X염색체는 오히려 축복으로 작용한다. 2개의 X염색체는 여성이 위급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유전학적 선택과 세포 협력을 통해 1개의 X염색체보다 탁월한 결과를 도출한다. (그 결과 남성에게는 색맹을 유발하는 X염색체가 여성에게는 1억 가지의 색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그는 X염색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견지한 채 남성만을 표본으로 삼는 의료계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유전학적으로 더 진화한 반쪽을 인정하고 제대로 연구해야 인류 전체에게 더 건강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의 면역력, 회복력, 지구력, 뇌 기능, 그리고 생존력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여성은 남성보다 강력한 면역계를 지녔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이 낮다. 여성은 암을 더 잘 극복하고 신체적 고난으로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더 잘 버틴다. 여성은 발달장애를 겪을 확률이 낮고 남성보다 100배 다양한 색상을 볼 수도 있다. 왜일까?


많은 통계가 여성의 생존력이 남성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전히 남녀의 사회적 환경 차이 때문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지만 이제는 더 근본적인 요인, 즉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라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 유전학자인 지은이는 ‘XX 여성의 유전학적 우월성’이라는 새롭고 명백한 근거를 제시한다.

 

여성에게만 주어진 유전학적 선택지에 대한 놀라운 진실

 

지은이는 의대 재학 시절, 인간이라는 종에서 Y염색체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반대로 X염색체가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강의는 끝도 없었다. 그러나 의사가 된 후 그가 임상에서 목격한 바는 전혀 달랐다. 수많은 X-연관 질환이 있지만 이는 거의 남성의 경우에만 해당했다. X염색체가 2개일 때 이야기는 달라졌다. X염색체는 남성에게는 색맹이라는 질환을 유발하지만, 여성에게는 1억 가지 이상의 색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인간은 보통 100만 가지의 색상을 본다). 자폐스펙트럼을 비롯한 수많은 X-연관 지적장애 역시 남성에게만 편향되어 나타난다.

 
2개의 X를 가진 여성은 유전학적으로 선택지를 가진다. 신체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거나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여성이 가진 2개의 X염색체는 유전학적 선택과 세포 협력을 통해 1개의 X염색체보다 우월한 결과를 도출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성은 남성처럼 오직 하나의 X염색체만 이용한다고 여겨졌다. 다른 한쪽의 염색체는 XIST 유전자에 의해 거의 완전히 불활성화되어 바소체가 된다고 생각되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금은 명확히 알려져 있다. 유전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X불활성화에서 탈출하여 활동 중인 자매 X염색체를 돕는다.


지은이는 인생을 울트라마라톤에, 남성을 스포츠카에, 여성을 하이브리드카에 비유한다. 단거리 경주에서는 높은 출력의 스포츠카가 유리하지만 울트라마라톤에서는 하이브리드카가 유리하다. 끝없는 시련을 겪어야 하는 길고 혹독한 인생이라면 연료와 전기라는 선택지를 가지고 오래 갈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가 단연 우월한 위치를 점한다.

 

인류의 더 나은 절반을 배제하는 보수적인 현대의학

 

2개의 X가 ‘선택과 협력’을 통해 도출하는 탁월한 결과물에 대해 의학계는 여전히 무지하다. 현대의학이 여전히 남성만을 표준으로 하여 수컷동물과 남성의 세포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실험 용역을 준 회사에서 수컷 쥐만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화를 밝힌다. 암컷 쥐는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들었지만 이후에 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암컷 쥐가 훨씬 더 강력한 면역계를 가지고 있어서 양쪽 성별에 똑같이 효과적인 감염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더 길고 복잡한 실험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이다. 전임상 약물시험에서 암컷 동물과 여성의 조직 및 세포가 배제됨으로써 생겨난 구멍 때문에 의사 대부분이 여성 환자에게 처방할 약물의 적정 투여량이나 치료법을 추정하거나 최악의 경우 대충 짐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은이는 실토한다. 


20년 넘게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수행한 연구 끝에 지은이는 유전학적으로 더 진화한 성별은 여성이라고 결론 짓는다. 그리고 여전히 X염색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한 채 남성만을 연구하는 의료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XX 여성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제대로 연구해야 남녀 모두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적 유전학자가 펼쳐 보이는 최첨단 연구와 흥미로운 일화 속으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지은이는 복잡한 생명과학과 유전학에 대한 설명을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가볍게 풀어나간다. 의사로서 병원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의 사례는 물론, 유전학자로서 태국, 일본, 볼로냐, 페루 등 전 세계를 다니며 발견한 신기한 장면, 성 염색체에 대한 놀라운 발견을 해내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과학자 이야기, 사랑하는 할머니와 아내와의 소소한 일화 등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책 전체에 걸쳐 유감없이 발휘한다.


세계적인 유전학자가 복잡한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까지 직접 전달하려 애쓰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보수적인 현대의학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지식 확장과 관심이 필요하다. 인류 전체의 더 건강한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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