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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어영문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영어영문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6.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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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리뷰 : 영어영문학회 창립 50주년 국제학술대회 개최

영어영문학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국제학술대회를 지난 16일부터 3일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열었다. 이날 대회는 제임스 K. 챈들러(James K. Chandler) 시카고대 교수, 셸리피셔 피시킨(Shelley Fisher Fishkin) 스탠포드대 교수 등 저명 학자들을 포함해 미국, 중국, 영국 등 9개국 40여명의 외국학자와 함께 1백50여명의 국내학자가 참가한 대규모 행사였다.

‘전지구화 시대의 영어영문학 연구’를 대주제로 열린 대회에서 주목을 끈 것은 둘째날의 특별기획 세션 ‘문화자본으로서의 한국 영어영문학의 정체성과 잠재력’이었다. 두개의 파트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에선 ‘경쟁력 있는 생산성을 가진 영어교육에 대한 이론과 정책수립’이 논해졌고, 두 번째에선 ‘문화자본으로서의 한국 영어영문학의 새로운 정체성과 잠재력’이 논해졌다.

대학수학능력 영어시험, TOEIC 등이 대학영어교육에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한 김상재 교육부 직원, 한문섭 한양대 교수 등의 발제는 학회 차원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분석이었다. 김상재 씨는 현재의 대학영어교육이 “수준별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교육여건 미비, 단계형 교육과정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부적절함, 수능이라는 현실 앞에서 영어회화, 영어작문, 영어독해 등 다양한 선택이 어려움” 등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등영어를 심화?보충형으로 전환하거나 단계형을 보완할 필요가 있고, 고등학교에서 영어 선택과목의 수준별로 대폭 확대해수준별 선택합습을 도입할 것, 이를 위해 수업시수를 확대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어 한문섭 교수는 ‘수능, TOEIC의 평가와 그 대안’에서 그 동안 토익, 텝스 등 대표적 영어능력 평가시험이 “학습자의 의사소통능력을 집적적으로 측정하는 시험으로 정착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하며 “실제적인 테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성과 실효성 부분에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신뢰성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문화자본…’에서는 문화자본으로서 영어영문학의 정체성과 그것이 가지는 현실적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문화교육방식이 어떠해야 하며, 지역학?통번역?문화연구?문화콘텐츠 연구 등이 어떤 식으로 변화돼야하는 지를 주로 논의했다.

토론 시간에는 대학의 교양영어 운영실패의 원인, 멀티미디어 영어교육의 효율성 극대화 방안, 영어교육에 대한 표준 교과과정 설정 등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대학 내부의 인사뿐만 아니라, 고교 교사, 대학생, 대학원생, 기업인 등 다양한 계층의 패널이 참가해 폭넓은 관점을 수용하고자 한 점도 주목됐다.

이상 영어교육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분과학문 내부의 전문성에 머물렀던 영어영문학계가 대중성 획득을 위해 어떻게 거듭날 것인지를 고민한 것이었다면, 해외 학자들과의 다양한 논의는 세계화시대의 한국 영어영문학의 위치를 가늠케하는 자리였다. 즉, 영문학 발원국에서 그 이외의 국가로 정보가 일방유통되던 과거에서 벗어나, 아시아에서 세계적 학자로 자라난 이들이 서구학자들과 동등하게 학술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점, 영어영문학계의 범아시아적 연대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가진 국가들끼리 영문학의 발전을 위한 보다 심화된 대화채널의 모색 등이 이뤄졌다는 점도 성과로 보였다.

한편 영어영문학회는 50주년을 맞아 이번 국제학술대회 말고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학회 50년사’를 발간함과 동시에, 대중을 겨냥해서 한 주제로 책 한권을 써내는 ‘모노그래피 총서’도 꾸준히 펴낼 계획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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