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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총장선출 어떻게' 4개대 교협 심포지엄
초점 : '총장선출 어떻게' 4개대 교협 심포지엄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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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구성원 참여 대표성 살려야…결국 지배구조 개선"

총장,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최근 총장을 뽑았거나 총장선출을 앞두고 있는 대학들이 저마다 '뜨거운 감자'로 품고 있는 화두다. 상징적으로 국립대는 직원, 학생 등 대학구성원들의 '총장선출권' 확보 요구로 총장선거가 일정대로 치뤄지지 못하는 갈등을 겪었고, 사립대는 교수들의 총의를 모아 추천 한 총장후보자가 재단 이사회의 최종선정에서 배제되면서 두달이 넘는 기간동안 총장실 점거투쟁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대학민주화의 꽃으로 불리던 '총장직선제'가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총장선출방안을 놓고 혜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방편을 쫒는 자리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현재 대학이 놓여 있는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한 원칙과 개선과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논의됐다는 점에서 이후 풍성한 실천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4개 사립대가 지난 4일 '총장,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의 내용을 정리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급변하는 교육환경속에서 대학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대학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총장'을 제대로 선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에 착목해 이뤄졌다. 총장은 '개인'이 아니라 '대학시스템'을 대변한다는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장(철학과)은 "현재 대학의 의사소통구조와 지배구조를 살펴보고 구성원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의미가 있다"라며 심포지엄 취지를 설명했다. 대학사회가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서 지녀야 하는 책임을 생각한다면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와 시스템 운용은 합리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고려대의 '직선제와 간선제의 통합모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고려대 교수협의회가 지난 해 1월 마련한 이 제도에 대한 평가에 눈길이 쏠렸다. 통합모형 개발에 참여한 하종호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예상외로 높은 예심 투표율과 부적합자 탈락률을 보였다"고 평가한 뒤 "교우회 측 위원수가 너무 많다는 비판과 법인이 총장추천위원회 후보선정과 최종 선출과정(이사회)을 통해 이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형평성 시비도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또 "총장추천위원으로 선정되면 총장선출이후 교무위원 및 그에 준하는 보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해 총장추천위원으로 나서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연출됐다"고 전했다.


특히 총장선출제도의 개선못지 않게 총장과 법인 이사회에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는 현행 사립학교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며 '대학 지배구조'개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전체 구성원 참여, 대표성 실현해야"
● 변치않는 원칙=사립대 학교법인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은 교수를 비롯한 직원, 학생 등 전체 대학구성원이 참여해 총장의 대표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정요일 서강대 교수협의회장(국어국문학과)은 "총장은 직선이든 간선이든 대학 구성원 모두의 의사를 존중하고 충분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선출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부총장과 학장 등 모든 선출직 인사들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기능의 책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서강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총장직의 개방을 제시하고 참여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교수를 비롯한 직원, 학생, 동문 등 전체 대학구성원의 참여를 강조했다.


참여대상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제토론자로 나선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과)는 "총장선거 참여 대상에 직원, 학생외에 시간강사까지도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학만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곳이 없고 시간강사들이 나서기 전에 전임교수들이 껴안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천단계든 투표단계든 개별대학의 합의에 따라 개성있게 참여시키면 될 것이고 모두 참여한 뒤에 일정비율만큼 결과에 반영시키는 방식도 함께 제안했다.

 

●총장추천위 위상 강화='직선제와 간선제의 통합모형'이 직선제의 파벌형성 등의 폐단과 임명제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총장추천위'의 위상 강화도 새롭게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나타났다.


박홍이 전 연세대 교수평의원회 의장(물리학과)은 "총추위 구성을 위해 교수, 직원 대표도 투표로 뽑아야 공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총추위는 선거당일 오전에 구성하고 오후에 바로 투표를 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학내 인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총장선임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철세 배재대 교수(전산전자물리학부)는 "총추위가 학내 총장후보자에 대한 채점수준에서 벗어나 유능한 사람을 영입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 한다"라며 총추위의 위상 강화를 주문했다.

 

●총장직선제 여전히 유효하다=현행 사립학교법이 유지되고 있는 한 총장은 힘을 가질 수 없고 그래서 더욱 대학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꿨다가 최근에 다시 직선제 방식을 도입한 연세대 박홍이 교수는 "대학 구성원이 직선을 통해 총장을 뽑지 않으면 총장이 재단에 눈치를 보게 된다"면서 제대로 직선을 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심익섭 동국대 교수(행정학과)는 "전체 사립대 여건을 살펴보면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17년전부터 총장직선제를 실시해 왔지만 현 사립학교법 있는한 총장 아무 권한 없다"며 여전히 사학비리 문제가 터져 나오는 현실에서는 총장직선제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립대 교수로 유일하게 주제토론에 나선 이창호 경상대 교수(법학과, 민주주의 법학연구회장)는 "총장의 문제는 대학운영의 문제"라면서 "민주적 대표성을 가지는 방식으로 선출이 되야재단으로부터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선출과정에서 교수, 직원, 학생이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철세 교수는 "봉사하고 기여하는 총장이 될 수 있도록 학칙개정 등 제도개선이 이뤄진다면 굳이 교수들이 직접 총장을 뽑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날 심포지엄에서 총장선출방안의 논의에 앞서 대학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졌다. 재단 이사회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투명한 대학운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창호 경상대 교수는 "총장 직선이냐 간선이냐 보다 대학의 운영체제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며 "민주적인 원리를 대학에서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문제를 총장선출문제와 연관시켜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총장후보자로 뽑혔다가 재단 이사회 선정에서 배제됐던 홍경표 한남대 교수협의회장은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이사회 전횡을 막을 수 없고 총장선출방안의 개선도 꿈같은 얘기로 들린다"며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다. 홍 교수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의 대학들이 사립학교법 개정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수 사교련 회장도 "족벌 사학의 비리는 여전하다"며 "사립학교법 개정되면 총장선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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