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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년 밖에 더 들을 수 없는 '비디오 공학' 강의
이제 3년 밖에 더 들을 수 없는 '비디오 공학' 강의
  • 정휘권
  • 승인 2004.06.2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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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명강의: 이건일 경북대 교수의 ‘비디오 공학’

▲이경일 /경북대 교수 ©
♪~ Time to say good-bye~~♬...

안드레아 보첼리의 귀에 익은 목소리가 십 여개의 서라운드 오디오 스피커로 울려 퍼지고, 정면에 위치한 1백인치가 넘는 스크린에는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의 ‘Water Show’가 프로젝터로부터 비춰진다.
영화관에서나 나올법한 이 장면은 매 학기 비디오 공학 첫 수업 시간의 강의실 풍경이다. 딱딱한 공대 수업시간에 뮤직비디오가 웬 말이냐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과목이 비디오 공학인 만큼 촬영부터 편집까지 선생님께서 직접 제작하신 이 동영상은 더 없이 좋은 시청각 교재이다. 이 한편의 동영상으로 인해 학생들은 첫 날부터 선생님의 매력에 끌리게 된다.

뮤직비디오로 학생 호감 이끌어
이건일 선생님의 ‘비디오 공학’.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4학년에 개설되는 이 강의는 1학기에는 ‘비디오 공학(1)’, 2학기에는 ‘비디오 공학(2)’로 개설되는데, 매 학기 그 수강생 수가 3백5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강의다. 이는 전체 4학년 학생수의 거의 60%에 달하는 숫자다.

강의는 전자공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텔레비전을 비롯한 비디오 시스템 전반에 관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전자공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집약된 것이기 때문에 다소 어렵고 지루하리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께서는 이를 철저한 수업 준비와, 너무나도 훌륭한 시청각 교재들로 우리의 이런 생각을 무너뜨려 버리신다.

TV 브라운관을 강의실에 가져오시는 건 보통 일이며, 방송용 카메라로 직접 여러 촬영 기법 시범을 보여주시기도 한다. 카메라 내부에 대해 설명해야 할 때면 외관을 뜯어서라도 학생들에게 그 속을 보여줘야 만족하신다.

또 강의실에서 직접 시범을 보여줄 수 없는 내용을 설명할 때면 관련 내용을 꼭 DVD로 제작해 학생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끔 해주신다. 예를 들어 CCD에 관한 내용을 수업할 때는 Sony사가 제작한 관련 동영상을 보여줘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우리가 자주 보는 일기예보의 배경 화면을 만들거나 드라마 등에서 많이 쓰이는 화면 전환 기능을 가진 장비인 SEG(Special-Effects Generator)에 대해 공부할 때는 학교 내 풍경을 직접 촬영, 편집하시어 그 기능을 보여주시기도 한다.

그리고 초고속으로 발달하는 기술에 따라 매년 업데이트 되는 보충 자료집은, 올해 초 출시된 초대형 LCD TV에 대한 설명까지 있을 만큼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고, 교과서만으론 설명이 부족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실려 있다.

또, 졸업 후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들도 현재의 기술 동향이라든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정성껏 보내줘 강의를 돕는다. 이러한 장비 및 자료들과 함께 교과서적인 수업보다는 시청각적이고 시범 위주의 수업을 함으로써, 선생님께서는 책만으로 하는 공부의 몇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유도하신다.

그래서인지 매 학기 이뤄지는 강의평가에서도 늘 탁월한 점수를 받고 있고, 졸업생들이 재학 중인 후배에게 추천하는 과목에 최우선으로 꼽힘으로써 선생님의 수업방식에 대한 효과는 입증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 외에도 이 수업이 학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열정과 독특한 교육 철학 때문이다. 선생님의 강의하는 모습은 학생들에게 선생님께서 강의를 즐기고 계신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거의 모든 수업이 1교시임에도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으시고, 어려운 전공 내용을 학생들에게 이해시켜야 할 때면 더욱 신이 나서 설명 하시는 모습을 보면 선생님께서 제자들을, 또 교수라는 당신의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 수 있다.

교수 열정 학생에게까지 느껴져

또한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시험을 위한 공부를 요구하지 않으신다. 평소 수업에 빠지지 않고 경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시험의 출제 방향을 정하신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내용들은 책이 아닌 선생님의 강의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수업을 자주 빠진 사람은 절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수업의 또 다른 묘미라 하겠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제 선생님의 「비디오 공학」강의는 3년밖에 더 들을 수가 없다. 선생님께서 정년퇴임을 하시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퇴임 후에도 다른 선생님에 의해 같은 과목 강의는 계속 개설되겠지만 과연 지금만큼의 호응과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진정한 명강의란 단지 입담과 재치만으로 학생들의 인기를 얻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공 지식에 대한 탄탄한 배경 지식과 교육에 대한 열정, 그리고 오랜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교수법과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서로 어우러졌을 때 진짜 명강의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비디오 공학’ 강의는 여타 과목들과 달리 우리 생활에서 항상 쓰이고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소재로 함으로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선생님께서는 그 관심에 상응하는 열정으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기 때문에 그 명성을 날로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정휘권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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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용 2004-06-25 10:11:59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강의인 비디오 공학을 이제 3년밖에 더 못듣는 것은 작은 슬픔입니다.
학교 다닐 때, 5호관 시청각실에서 이건일 교수님의 다양한 부교재를 활용한 강의는 저에게는 신선함과 잔잔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수가 된 저도 그렇게 강의를 할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그 반에 반도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후배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명강의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