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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할 수 없을 때부터 우유 마셔왔다
소화할 수 없을 때부터 우유 마셔왔다
  • 정민기
  • 승인 2021.02.1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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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달 27일 『사이언스』는 인류가 우유를 소화할 수 없었을 때부터 마셔왔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사람들이 있다.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세계 인구의 약 70%가 이에 해당한다. 

영유아기 때는 젖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를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그러나 젖을 떼고 나면 다른 음식에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효소 생산과 관련된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진다. 쉽게 말해, 우리 몸에서 유당 분해 효소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유당 분해 효소 유전자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다. 오래전 유럽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덕분이다.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인류는 유당 분해 돌연변이 발생 이후에 낙농업을 시작했을까. 아니면 돌연변이가 발생하기 전부터 우유를 마셔왔을까. 답은 후자인 것으로 보인다. 

수단과 케냐가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6천 년 전 유골이 발견됐다. 유골의 치석을 분석한 결과 우유 성분이 검출됐다. 우유로 된 음식을 매일 섭취했다는 것이다.

유럽의 역사를 바꾼 작은 돌연변이

막스 플랑크 인류사 연구소의 마들렌 연구원은 “인류는 우유를 소화할 수 없을 때부터 우유를 마셔온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고대 아프리카인의 유전자 분석을 살펴보면 6천 년 전에 유당 분해 효소 유전자 돌연변이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당 분해 효소가 없는 고대인들은 우유로 치즈나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었다.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을 자연 발효과정을 거쳐 다른 물질로 바꾼 것이다. 

낙농업과 유당 분해 효소 돌연변이는 유럽 고대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유제품은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과 기근을 버틸 수 있게 한 획기적인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걸벌트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교수(인구유전학)는 “낙농업과 유당 분해 효소로 무장한 중동지방의 민족이 북서유럽으로 이주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돌연변이 유전자 하나 때문에 유럽 대륙 전체의 인종이 바뀐 셈이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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