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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작가 큐레이션 5] 저해상도 이미지 '날것'에 집중하는 이유
[신진 작가 큐레이션 5] 저해상도 이미지 '날것'에 집중하는 이유
  • 하혜린
  • 승인 2021.01.18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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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playground」, 2017, 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 3680X215cm.
정해민, 「playground」, 2017, 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 3680X215cm.

디지털 이미지의 다변화된 활용과 무한 복제는 단지 정보와 소통의 영역뿐만 아니라 예술과 재현 영역에서 또 다른 창작의 길을 열어주게 됐다.  
 
정해민은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지를 구축하고 부수고 섞고 다시 구축하는 작업’을 수행한다는 그를 지난 11일 인터뷰했다. 

 

[신진 작가 큐레이션 5] 정해민 인터뷰

 

정해민, 「정육면체로 무엇을 하는 여성」, 2019, 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 360X250cm.
정해민, 「정육면체로 무엇을 하는 여성」, 2019, 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 360X250cm.

이 세상에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있다. 정해민이 이미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저는 이미지의 무게감이 느껴질 때 선택합니다. 또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감각이 어떤 경로로든 강화하도록 다듬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살짝 웃겼으면 좋겠다는 기분으로 이미지를 대합니다.” 

아이디어를 얻는 경로에 대해서 물었다. “예전에는 주로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최근에는 주변인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재구성해 보곤 합니다.” 

정해민은 많은 이미지들 중에서도 저용량 이미지에 집중한다. 고해상도 이미지는 사유를 멈추게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해상도 이미지는 몰입하게 합니다. 제 경우 매끈한 것(고해상도 이미지)을 만드는 것보다는 날 것(저해상도 이미지)을 이용하는 쪽이 지금으로서는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정해민, 그림의 집, 2020, 889X564cm.
정해민, 「그림의 집」, 2020, 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 889X564cm.

‘날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날것은 용량이 크지 않아 픽셀이 깨진, 이미지로서의 날것을 의미합니다. 회화의 물감이 어떤 대상을 지시하면서도 물성 자체를 드러내는 것처럼 ‘날것’ 역시 그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가 날것인 저해상도 이미지에 집중하는 이유는 작가의 세계관과 관련이 있다. “저는 사회적 문제를 표현합니다. 제가 담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충격적인 사건부터 최근 부동산 문제까지 일반적인 것들입니다. 이후 사회문제는 디지털 작업을 거쳐 변용, 변형됩니다. 이 과정은 소화하기 편한 상태로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소화할 수 없으며 해결이 계속 지연된 상태로 유보됩니다.” 

 

정해민, 「국민학교 운동회」, 2015, 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 52X33cm.
정해민, 「국민학교 운동회」, 2015, 캔버스에 디지털 페인팅, 52X33cm.

정해민은 직조해나간 화면이 일종의 리얼리티를 지니기 바란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일종의 리얼리티’는 무엇일까. “디지털임을 감추면서도 어느 순간 폭로하고, 사회적 문제를 지시하면서도 미끄러지는 운동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 디지털 작업의 도구들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 예상된다. 기술의 발전이 정해민의 작업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탐구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당연한 조건이 되는 것을 기술 발전의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면 그 당연한 조건을 재 탐구하는 순환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다시 보기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해왔던 것을 포함해 이전 것들을 비로소 이해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layground」 설치 전경. 

쏟아지는 디지털 이미지들 속에서 정해민의 작업은 어떠한 의의와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을까. “작업을 지속한다는 것은 아주 대단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삶의 방식을 회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 조건을 만드는 것이 녹록지 않고 언제부턴가 그 조건을 다루는 것이 작업 자체가 된 것만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고지식하지만 진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지속하는 것이 의의입니다.” 

앞으로의 작업계획에 대해 물었다. “저는 시뮬레이션 회화를 지속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의 극점에 있는 작고 실용적이며 손에 만져지는 어떤 것을 다루고 싶습니다. 부서진 서사를 표명하곤 했었는데 회의하는 느낌이 들어 잘 짜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해민(39세)=홍익대 판화과 졸업, 한예종 조형예술과 전문사.
개인전 4회·단체전 다수, 부평 영 아티스트 대상 등.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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