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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고전] 9 전상운의『한국과학기술사』 (정음사 刊, 1961)
[우리시대의 고전] 9 전상운의『한국과학기술사』 (정음사 刊, 1961)
  • 박성래 / 한국외대
  • 승인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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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00:00:00
박성래 / 한국외대·과학사

서점에서 우리나라 과학사 책을 찾아보노라면 먼저 눈에 띄는 책이 전상운 교수의 ‘한국과학기술사’이다. 이 책 이외에 같거나 비슷한 제목의 책을 더 찾을 수가 없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한국과학사의 고전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목만으로는 비슷한 책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한국과학사’란 제목의 책도 두엇 있는데, 하나는 다른 책들을 짜깁기한 편저로 지금은 구할 수 없고, 다른 하나는 내가 쓴 ‘한국과학사’(KBS출판부 刊, 1982)인데 역시 지금은 절판된 상태다.
실제 한국과학사에 관한 첫 저술로는 홍이섭(1914-1974)의 ‘조선과학사’(1946)를 꼽는다. 애초에 일본어로 쓰여졌고 해방 이후에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은 한국과학사 개척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지만 오늘날 일반 서점에서 구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홍이섭전집’에 들어 있어서 마음먹으면 구해 볼 수는 있지만, 전집의 일부라서 한 권만 구해보기란 어려운 형국이다. 당연히 한국과학사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전 교수의 책을 찾아보게 된다. 말할 것 없이 한국과학사의 첫째 참고서인 셈이다.
한국과학사학회는 지난 1996년 6월 1일 전국역사학대회의 과학사분과회의에서 ‘전상운 ‘한국과학기술사’ 30주년 심포지엄’이란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책 출판 3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 모임을 그 분야 학술단체가 주최해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 준 셈이다.
돌이켜보면 ‘한국과학기술사’는 행운도 함께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원산이 고향인 전상운 교수는 해방 후 서울대 문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성신여고 교사로 있으면서 과학사를 홀로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런 홀로서기 노력 5년만에 이 책을 내 놓았다고 저자 후기는 밝히고 있다. 실로 전교수는 1957년 과학사 연구를 시작하고, 1961년부터 한국과학사를 탐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영국의 조셉 니덤이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출판하기 시작한 것이 1954년이니, 전교수는 바로 그 영향 속에서 한국과학사에 눈뜬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침 니덤이 서양 학계에 동양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있던 때다. 서양 학자들의 동양 과학사에 대한 관심 고조에 영향받아 전교수의 한국과학사 소개 논문은 일본과학사학회지에 실리기 시작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이에 자극받은 전교수는 이후 한국과학사에 더욱 정진했으며, 그 결과로 5년이란 길지 않은 시간에 한국과학사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야후백과사전’에는 이 책이 독립 항목으로 올라 있다. 이 책에 대한 보다 대중적 설명이 흥미있을 듯하여 그 내용을 다음에 소개해 본다.
“A5판 306면. 1966년 과학세계사 발행. 1975년 정음사에서 392면의 개정증보판 발행. 1974년 영문판, 1978년 일문판 발행. 크게 5장으로 구분되며, 제1장은 천문학, 제2장은 기상학, 제3장은 물리학과 물리기술, 제4장은 화학과 응용화학, 제5장은 지리학과 지도를 다루었다. 1975년 판에서는 다목적관측대로 보았던 첨성대를 상설천문대로 보기 어렵다고 변경하였고, 지전설을 독창적인 것에서 서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바꾸었으며, 생물학 ·건축 ·요업 ·수학 등은 빠져 있다. 중국문화권에서 한국과학의 참모습을 찾아주었고, 한국사에서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주었다.”
여기 소개된 것처럼 이 책은 1966년에 초판이 나오고, 9년이 지나 1975년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특히 영어판과 일어판도 나오게 된 원인은 앞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당시 외국 학계의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물리과학만 다루고 있으며, 시대구분 없이 과학기술을 분야별로 서술하고 있다. 실학 이후의 근대서양과학 도입에 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전 교수의 ‘한국과학기술사’는 앞으로 한국과학사가 무엇을 해야할지를 가늠하는데 좋은 참고가 되기도 하는 책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오늘날의 후학들에게서 아직 이 책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제대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의 과학사 연구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전상운

전상운은 1928년 함남 원산에서 태어나 1956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했고 1977년 일본 교토대에서 과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부터 성신여대 교수직을 맡았고 1982년부터 3년간 과학사학회장을 역임했다. 1985년부터 89년까지 성신여대 총장으로 재임했다. 1990에서 92년까지 일본 교토대 초빙교수로 있었고 현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으로 활동중이다. ‘한국과학기술사’(국·일문, 정음사 刊, 1966)와 ‘과학의 역사’(산학사 刊, 1983), ‘한국과학사의 새로운 이해’(연세대출판부 刊, 1998)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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