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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저자와 가상 저자
실제 저자와 가상 저자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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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지음 | 문학실험실 | 144쪽

 

저자 이론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서-저자의 죽음 그 이후의 이야기

「누가 말하는가」 「누구에게 소설의 속편을 쓸 권리가 있는가」 등의 논문을 발표하며 소설에서 저자와 서술자의 문제를 연구해온 문학평론가 김태환(서울대 독문과) 교수가 이번에는 대상 범위를 더 넓혀서 책의 저자 일반에 관한 이론서를 출간했다.

1960년대 말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을 선언하고 푸코가 저자 범주를 특수한 사회적, 문화적 구성물로 규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저자에 관한 이론적 연구는 1990년대 이후 저자의 기능에 관한 세분화된 논의로 발전하는 동시에 ‘저자의 죽음’ 대신 저자 범주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김태환의 이번 저서 『실제 저자와 가상 저자』는 이러한 이론적 성과를 바탕으로 저자의 구성적 성격과 실존하는 인간으로서의 저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책의 부제로 “내재적 저자론에서 저자의 사회학까지”가 붙여진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으려니와, 이 책은 현대 저자 이론 연구에 진일보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저자는 책을 쓴 인간(실제 저자)인 동시에 그 인간이 죽은 뒤에도 우리가 책을 펼치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어떤 가상의 목소리(가상 저자)이기도 하다. 김태환은 실제 저자와 가상 저자가 이론적으로 구별되지만, 책의 의미는 독자가 두 저자를 동일시함으로써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실제 저자와 가상 저자의 변증법적 상호 작용이라는 모델을 통해 저자의 권위와 책의 의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치 이전과 같은 현상, 익명화의 문제, 서사문학에서 작가와 화자의 분리와 같은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며,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저자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전망으로 논의를 마무리한다. 이 책은 문학을 포함해 글쓰기와 관련된 인문학계와 문화계 전반에서 관심을 기울여 살펴봐야 하는 필독서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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