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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소라이의 주자학' 비판
'다산과 소라이의 주자학' 비판
  • 오이환 경상대
  • 승인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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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道와 德-다산과 오규 소라이의 '중용'·'대학' 해석』, 이끌리오 刊, 2004, 276쪽)

▲ © yes24
오이환 /경상대·유가철학

이 책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이 53세 가을에 저술한 '大學公議', '中庸自箴', '中庸講義補'를 이토 진사이(1627∼1705)와 더불어 일본 古學派를 대표하는 인물인 오규 소라이(1666∼1728)의 '大學解', '中庸解'와 대비해 양자의 사상 내용을 비교 고찰한 것이다. 그런데 '대학'과 '중용'이 경서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南宋의 朱子가 '四書集註'를 저술함으로부터이니, 四書라는 명칭도 주자에게서 유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元代 이후로는 주자학이 관학으로 채택됨에 따라 동아시아 유학의 전개에 있어 사서가 오히려 종래의 漢·唐 유학의 正典이었던 五經을 능가하는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그러므로 이 책의 주제는 주자의 '大學章句', '中庸章句'가 지닌 권위에 도전하는 한국과 일본 경학의 독자성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 삼국 유학 사상의 정수를 비교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선조의 전체 역사를 통해 다산만큼 일본 유학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시하고 또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의 세 저술은 다산이 행한 일련의 경학 연구에 있어서 마지막 시기에 위치하는 것이며, 또한 그의 독창적인 경학 사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이것들에 있어서는 일본 경학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으므로, 바로 전 해인 52세의 겨울에 완성된 '論語古今註'의 경우와는 달리 다산은 일본 고학파의 '대학', '중용'에 관한 연구 성과를 입수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산의 이른바 洙泗學의 이념은 공자 시대의 원시 유학을 회복할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본 고학파의 이념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므로, 양자 사이의 사상적 영향 관계에 대해서는 보다 심화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淸代의 중국 유학은 표면적으로는 漢學에로의 복귀를 지향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한학이 공·맹의 원형에 보다 가깝다는 이유에서였으므로, 근본적으로는 수사학 혹은 고학의 이념과 다른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주자에 대한 다산과 소라이의 비판적 견해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나, 다산은 自得을 중시하되 문호의 견해에 치우친 주장을 비판하고 한학과 송학의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견해를 아울러 수용하는 점에서 인색하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 일본의 고학파나 청대의 한학파와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니, 그를 한·송 절충론의 범주에 넣는 이가 없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또한 다산의 수사학이 방법론적으로는 경서를 통해 공자의 사상을 증명할 것을 표방하는 점에서 소라이의 경우와 일치하고 있지만, 사서오경 자체에 대한 문헌 비판이 결여돼 있다는 점은 일본의 고학파와 크게 다른 점이다. 이 점은 다산의 한계인 동시에 저자의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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