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20:10 (일)
생각하는 이야기
생각하는 이야기
  • 윤무부 경희대
  • 승인 2004.05.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쇠박새 우는 사연

이른봄이 되면 들판과 야산에서 3월초부터 토종새인 종다리, 박새, 쇠박새, 곤줄막이 등이 마을 주변의 찔레나무, 상수리, 느티나무, 버드나무 꼭대기에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러면 아마추어 조류학자들은 새우는 소리에 진짜 봄이 왔음을 안다.

쇠박새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소리를 내 울어도 목이 아프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인간은 큰 목소리로 악을 쓴다든가 무리하게 노래를 해면 목이 쉬거나 아프다. 하지만 새는 성대가 없고 새의 기관지에 연골로 돼 있는 소리내는 판이 있어 하루종일 노래해도 목이 쉬지 않는다.

새들이 소리내는 표현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새가 운다'라고 표현하고, 유럽 사람들은 새가 노래한다, 일본에서는 새가 서로 지저귄다 라고 표현했다. 아마 우리나라는 보릿고개가 찾아오던  5∼6월초, 일년 중 가장 배고플 때 뒷산, 앞산 진달래 필 때 고목나무인 앞마당 고목나무 정자나무에서 소쩍새가 요란하게 울어대다보니 저녁에도 밥을 굶으신 할아버지 귀에는 우는 새도 밥을 굶어 "소쩍다, 소쩍다"라고 귀에 들렸나 보다. 그러면 금년 농사가 풍년이 돼 부엌에 큰솥을 준비하라고 하고 "소탱 소탱" 들리면 금년 농사가 잘 안될 것으로 생각돼 '솥이 텅텅 빌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유럽에서 새가 노래한다란 뜻은 잘 사는 나라라 사람들이 모이면 위스키 한잔씩들, 햄버거 피자 등 잘 잡숫고 즐겁다보니 새도 노래한다라고 이름을 붙인 것일테고, 일본 사람들이 새가 지저귄다라고 한 것은 하도 시끄럽게 종알종알 울어대니까 서로 잘난척한다고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새는 왜 노래할까. 우리 옛날 어른들은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나 짐승들이 온다고 해 밤에 피리를 못불게 했고 또 밤에 악기를 갖고 소리를 내면 집에 있는 소나 염소, 돼지, 토끼 등 짐승이 괴로워한다고 해 소리를 금했다. 특히 새소리는 가장 고음이라고 해, 특히 개들에게 새소리를 하루종일 들려주면 개가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하고, 20일 이상 틀어주면 개가 스트레스로 죽는다고 했다.

새들이 지저귀고 울고 노래하는 것은 바로 새들의 언어다. 새들은 주로 이른봄과 번식기에 가장 많고 다양한 소리를 내며 일년 중 90% 이상 번식기 때 소리를 낸다. 새들이 봄에 예쁜 새소리를 내는 학술적인 이유는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의 영역 울타리를 주장하는 것, 먹이 장소를 지키기 위해서 주장하는 것, 자기의 예쁜 짝지을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 우는 것, 자기 사는 주변에 천적이 못 오게 하려는 것, 자기의 새끼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것, 배우자나 새끼에게 안전하다고 안심을 주기 위해서다.

이상과 같은 내용이 조류학 교과서에 기록돼 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새소리와 관련된 많은 일화를 전해주고 있다. '호반의 벤취'로 알려진 예쁜 호반새는 부리, 깃털, 다리 등이 완전히 붉은 색이고 작은 연못이나 개울가에 사는 28cm 크기다. 이 새는 '쪼로록, 쪼로록' 비오는 소리를 낸다고 해 특히 가뭄에 이 새소리를 듣게 되면 곧 갈라지던 논에 비를 몰고 온다고 해 농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새였다.

또 아주 깊은 산골의 높은 곳에 사는 고산 뻐꾸기의 일종인 검은등 뻐꾸기 소리는 옛날 어느 스님 귀에 '홀딱 자빠져 졌다'라 들렸다. 이는 마치 홀딱 옷을 벗고 숲속에 누워 있다고 들리기도 했다. 아마 스님이 장가가고 싶어 옷을 벗고 여자를 기다리는 마음 즉, 속세에 가서 장가도 가서 살고 싶다는 뜻이 해석된다. 또 올빼미의 6촌뻘 되고 깊은 산에 사는 야행성 조류인 쏙독새의 소리를 들어보면 이름 그대로 '쏙독 쏙독' 밤새도록 울다보니 옛날 시골사람들은 돌아가신 귀신들의 제삿날이라 밤새도록 음식을 하다보면 칼로 무를 썰면서 내는 소리라고 해 그 이름을 쏙독새로 부르기도 했다.

지빠귀 종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호랑지빠귀만은 밤새도록 기분나쁜 휘파람새 소리를 내면서 다닐 뿐만 아니라 암수 2마리가 다니며 서로 신호를 하다보면 인간들 귀에는 귀신새, 간첩새, 무덤새와 같이 공포의 새로 여겨져 매년 봄여름이면 산과 인접한 아파트 주민들은 무서워서 야단들이었다. 호랑지빠귀들은 밤에 습기있는 땅바닥 속에 사는 지렁이를 잡아먹고 다니다보니 고음의 소리로 암수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느라 그렇게 우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새나 우리 인간과 공통점은 우리 인간 귀에 멋있게 소리를 들리게 하는 그의 깃털이 예쁘지 않다는 것이다. 휘파람새, 개개비, 살솔새, 울새 등은 풀색, 낙엽색 등 볼품 없지만 소리는 아주 멋있는 반면, 지구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꾀꼬리, 원앙이, 공작 등은 고양이 소리나 단순히 짹짹 소리를 내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지구상에는 8천6백종의 새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 새들 중에는 유일하게 소리를 못내는 새는 황새류다. 우리나라에는 황새와 먹황새가 살아가고 있는데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큰 부리를 두들겨서 언어를 표현하기도 한다.

새들은 지구상에 태어나서 자기 자신들이 서로 자기표현을 하기 위해서 언어와 표현, 행동을 해야 살아간다. 지구상의 조류 8천 6백종은 모두가 자기들의 특성이 있고, 우리 인간은 또 우리대로 저 새는 어떻고 이 새는 어떻고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지구에 새들이 없다면 필자는 당장 직장이 없어질 것이고 아름다운 국립공원의 숲들은 벌레들로 가득 차 녹색이 아닌 민둥산이 될 것이다. 그것 말고도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맑고 깨끗하게 새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

윤무부 / 경희대 조류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