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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관계' 심층설명 아쉬워
'영향관계' 심층설명 아쉬워
  • 김태원 영남대
  • 승인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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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리뷰: 짐멜이냐 베버냐? | 김덕영 지음 | 한울 刊 | 2004 | 327쪽

‘짐멜이냐 베버냐: 사회학 발달과정 비교연구’라는 김덕영의 저서는 “논의를 시작하며: ‘마르크스냐 베버냐’에서 ‘짐멜이냐 베버냐’”로 시작해, 1장 사회학의 지성사, 2장 사회학의 인식대상, 3장 사회학의 인식방법 그리고 “논의를 맺으며: 오늘날 우리는 짐멜과 베버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을 처음 접하면 짐멜과 베버의 이론과 사회학적 관점에 대한 비교논의가 책의 전체적인 구성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리라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이 상상력은 빗나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논의의 완결편이라기 보다는 문제제기의 차원에서 짐멜과 베버의 비교로 끝맺음되는 진행적 연구과제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이 책 구성의 대부분은 짐멜과 베버에 대한 논의의 종합적 고찰이라기보다는 단편적 조합에 그 무게 중심이 실려 있다.

짐멜과 베버는 사회보다는 사회적 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던 대표적 학자다. 이를 위해 짐멜은 형식과 내용의 구별이라는 형식사회학을, 베버는 이념형을 통해 개인의 행위를 규명하려는 이해적 방법을 동원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짐멜과 베버의 사회학 대상과 방법에 대한 논의 외에- 설령 저자가 다른 저서에서 언급을 하였다하더라도- 문화사회학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음으로써 실제적인 두 고전이론가에 대한 相似와 相異 그리고 서로가 주고받은 영향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두 학자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이해의 전제배경으로 짐멜 사회학의 가장 중요한 저서인 ‘화폐의 철학’에 대한 언급이나 가치 및 교환, 생활양식에 대한 개괄적 언급 이상의 좀 더 심층적인 설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미 모든 짐멜과 베버 연구자들이 알고 있듯이 짐멜의 베버에 대한 영향은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암묵적으로 인정되는 연관선상에서 파악될 수 있다. 이 두 고전이론가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측면에서도 서로 경쟁관계가 아닌 유연한 사적 관계망 속에서 학문적 영향력을 주고받았다.

짐멜의 비체계적이고 반복적인 개념의 다의적 사용은 이미 독일학계에서 비판되고 있는 문제다. 그에 비하면 베버의 방법론을 체계화시키는 능력은 그의 사회학적 이론이 독일사회학 내에서 반석위에 올라서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된 요소. 하지만 짐멜은 현실을 철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임으로써 후세들은 그를 사상발전의 다리(Brucke)와 문(Tur)에 비유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사회학계에는 현실은 있지만 사회적 현실과 역사적 현실은 부재하며, 이론은 있지만 사회적 현실을 재구성할 수 방법론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로 미뤄볼 때 이 저서는 비록 아직 극복돼야할 한계는 있지만, 우리 학계에 또 다른 숙제와 새로운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저자의 후속 연구에서는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태원 / 영남대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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