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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획: 교수사회에 부는 명상바람
생활기획: 교수사회에 부는 명상바람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5.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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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가다듬으니, 몸도 마음도 거뜬

'느림'이 삶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교수사회에도 느림을 추구하는 건강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명상과 요가, 국선도 등 주로 호흡과 가벼운 걷기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여유있는 운동이 그것이다. 이런 명상흐름은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틈틈히 시간을 내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몸의 기를 다스리는 일이라 너무 심취하거나 잘못된 지식에 의존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국선도의 전설’로 알려져 있다. 올해로 19년 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5시 국선도장을 찾는다. “깊은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이 연구활동과 건강회복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 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국문학)는 풍욕을 한다. 하루하루 자신을 비우는 일인데, 점심식사 후 부드러운 흙길을 걷다가 잰걸음으로 솔밭길을 걷는다. 양지바른 곳에 이르면 겉옷을 모두 벗고 바윗등에 앉아 맨살로 햇볕을 받는다. “일광욕과 삼림욕, 산책과 명상이 어우러진 순간 머릿속에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라는 게 김 교수가 말하는 풍욕의 매력이다. 이선옥 상명대 교수(무용학)는 요가, 기공, 명상, 춤의 원리를 하나로 합쳐 禪舞, 즉 춤을 추면서 하는 명상을 개발했다. 내면의 의식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동작을 하며, 음악에 맞춰 즐거운 댄스를 즐긴다.

국선도, 풍욕, 선무 등 다양…스트레스 말끔히 제거

명상수련을 하는 교수들은 가장 큰 효과로 심신의 건강회복을 꼽는다. 논문 뿐 아니라 업적평가, 강의, 행정, 학생지도 등 신경 쓸 일이 많고, 과로하는 경우 하루 수면시간이 3~4시간밖에 되지 않아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연구라는 것 자체가 꼼꼼이 따지는 분석이다 보니 긴장을 넘어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  

진영은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가 그런 케이스다. 교수생활을 시작하고 21년 동안 안식년 한번 갖지 못하고 학교일에 매달렸던 진 교수는, 6년 전 몸이 지치면서 건강이 심하게 손상됐다. 때마침 제자들과 주위사람들의 권고로 국선도를 하게 됐다. 진 교수는 “무너졌던 건강이 거의 회복돼 요즘은 늘 활기차다. 특히 정신집중 수련을 하다보니 업무의 집중력도 향상됐다”라며 그 효과를 강조한다.    

최정철 아주대 교수(금속공학)도 일상 업무의 스트레스를 국선도로 해소한다. 최 교수는 “가시적인 성과물로 평가를 받는 게 많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업무들이 많은데, 명상수련으로 심신의 안정을 찾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라는 것. 게다가 대인관계에서 오는 심신의 변화도 잘 조절된다고 덧붙인다.

이영훈 박사(한국정치연구회?북한경제)는 대학시절 몸이 좋지 않아 단학을 시작했다. 당시 학생운동을 하다가 몸이 많이 상했는데, 때마침 ‘丹’이라는 소설을 접하면서 단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원래 운동에 취미가 있어 태극권, 유도, 택견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단학은 올해로 벌써 20년 경력으로 베테랑급이 됐다. 이 박사는 “몸의 따뜻한 기운과 차가운 기운의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정신이 맑고 차분해진다. 몸의 자기 치유력도 활성화 돼 의사나 약에 의지하는 게 적어진다”라며 건강증진의 효과를 강조한다. 

물론 명상수련이라 해서 다 같은 건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명상수련이 정신집중과 스트레칭은 다음과 같이 비슷한 효과를 낸다. 첫째, 피로감이 없어지고 생기 넘치는 생활이 된다. 둘째, 불면증을 호소하는 교수들이 많은데, 명상운동 후 자리에 눕자마자 잠이 들며, 깊은 수면을 취하게 된다. 셋째, 변비가 사라지고 소화가 잘된다. 장운동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요즘 기능성 위장장애를 앓는 이들이 많은데, 이동호 서울대 교수(소화기내과)는 “스트레스가 자율신경계를 자극, 여러 소화불량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요가나 명상, 걷기 등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며 명상을 권한다. 넷째, 면역체계가 강화돼 감기 등 잔병에 걸리지 않는다. 다섯째, 디스크 증세가 호전된다. 교수들은 장시간 책상에 앉아있다 보니 허리?목디스크가 많은데, 명상수련은 척추를 똑바르게 하면서 오장육부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신체적 호전증세 외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정신의 집중과 마음의 평정으로 수련자들은 ‘평화’, ‘행복’등을 효과로 꼽는다.

"운전 중에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에 좋다 해도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는 교수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다. 여기에 명상수련의 장점이 또 하나 있는데, 일정한 시간을 내지 않고 틈틈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성모 고려대 교수(통계학)는 바쁜 학교생활 때문에 헬스장이나 수영장에 갈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단전호흡 딱 맞는 건강관리법이다. 유 교수는 “명상은 시간상제약이 없는게 큰 장점이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5분씩 명상을 하며, 운전을 하다가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간단한 명상과 운동을 한다”라는 것. 동작도 크지 않아 무리가 없다. 간단히는 장운동부터 시작하는데, 하루에 5백번의 장운동을 하면 소화불량과 변비치유에 도움이 된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해보니 하루에 3천 번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초보단계에서 명상수련을 하려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 다음과 같이 전문가들이 권하는 것을 해보는 것이 좋다. 편안한 자세로 조용히 앉아 눈을 살며시 감는다. 발에서 시작해 무릎, 허벅지, 배, 어깨, 목, 얼굴, 머리 순으로 모든 근육을 점차적으로 이완시킨다. 호흡은 천천히 자연스럽게 한다. 이때 본인의 믿음 체계에 뿌리를 둔 기도문이나 짧은 문장 또는 단어를 선택하고, 단어나 문장을 말하면서 집중한다. 잘 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걱정과 근심을 놓는다. 다른 생각이 나면 호흡이나 반복되는 문장에 신경을 쓴다. 10~20분정도 계속한다. 이것을 하루에 1~2번 행한다. 아침 전이나 저녁 뒤에 한다.

명상을 좀더 쉽고 간편하게 하기 위해 호흡에 집중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하는데, 조용히 호흡에 집중하고 심호흡과 복식호흡(단전호흡)을 하는 것이 모든 근육의 이완을 가져오기 쉽게 해주기 때문이다. 운동 중에도 명상을 이용한 이완반응을 적용할 수 있는데, 걷기나 달리기 도중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마다 ‘왼쪽’ ‘오른쪽’을 계속 반복하면서 잡념을 떨쳐내거나, 수영할 때 팔의 템포에만 집중하기, 자전거를 탈 때 바퀴돌아가는 소리에만 집중하는 것 등도 집중력을 발휘해 명상효과가 있다고 한다.

명상은 주류과학에 속하지 않고, 또한 그 종류가 1천 가지가 넘다보니 종교성이나 상업성 시비에 휘말려 논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학계 전문가들 대부분은 명상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안쓰는 근육을 쓰게 하기에 건강에 좋다는 점에선 그 효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스트레스에 관해 연구한 민성길 연세대 교수(신경정신과)는 “한방에서는 화가 올라온 것을 식혀주는 방법으로 기를 순환시키는데, 그 중 하나로 기공이나 명상등 정신요법도 권하고 있다”며 명상의 효과를 언급한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도 미국 하버드대 허버트 벤슨 교수의 연구를 들면서 “명상이 심장병, 에이즈, 암, 불임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 완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울증, 과민반응, 집중력 결핍 같은 정신장애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양의 신비주의만 아니라 현대의학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며 그 효용성을 말하고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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