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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여행이 아니라 ‘함께’하는 여행이 더 의미 있다”
“완벽한 여행이 아니라 ‘함께’하는 여행이 더 의미 있다”
  • 김재호
  • 승인 2020.12.04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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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커버리기 전에』 송태승 지음 | 하사전 | 288쪽

여행은 기록이자 낯선 음식에 대한 열린 마음
아이들의 행복은 부모와 함께 한 시간 속에 자리한다
부모가 직접 기획하는 작은 여행이라도 해보길

‘동남아 70일 아빠 딸 여행’이라니. 책의 부제가 사실 부럽다. 여행의 묘미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낯선 풍경을 즐기는 것이다. 『훌쩍 커버리기 전에』의 저자 송태승 씨는 ‘아빠딸여행’을 하며 70일 동안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녔다. 여행을 하며 힘들 일도 많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멋진 추억을 쌓았다. 송태승 저자를 지난 3일 인터뷰했다.

여행 도중 딸의 이빨을 신경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정이 꼬이고 현지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딸을 걱정해주었다. 그 친절함이란! 또한 맛있게 먹은 뚝배기 라면과 거기에 딸들을 위해 건네준 과일과 간식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라면 값이 부족했는데도 현지 사장은 받지 않았다. 라오스의 비엔티안과 그 주에 있는 방비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다. 

과연 어떤 이유로 딸들과 여행을 다녀오게 된 것일까? 송태승 저자는 본인의 소명이었던 목회 일마저 뒤로 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딸들과 시공간을 함께 했다. 지금은 다음 여행을 위해 체력을 기르는 중이다. 송태승 저자는 책 62쪽에서 “가만히 있으니 정신없이 바쁠 때 못 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라며 “유명한 관광지 대신 가족이 보입니다”라고 적었다. 일상에선 소중한 것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송태승 저자는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가족여행이라고 강조했다. 

송태승 저자는 딸과의 여행을 위해 잠시 일을 놔두고 시간을 집중했다. 사진 = 하사전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곧 여행

이번 여행을 통해서 송태승 저자는 딸과의 비밀스런 무언가를 공유했다. 일확천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송태승 저자는 동남아를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좋은 날씨와 멋진 바다뿐만 아니라 문화적·역사적 다양성에 주목했다고 한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유적들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존이 잘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하루라도 빨리 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베트남과 태국, 미얀마, 라오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낯선 음식을 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음식 역시 여행의 일부다. 현지인들에겐 소중한 음식일 수밖에 없는 낯선 음식에 열린 마음을 갖도록 송태승 저자는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아빠딸여행’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여행기록이다. 송태승 저자는 딸들에게 일기를 매일 쓰도록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송태승 저자 역시 일기를 썼다. 다만, 인터넷 환경 때문에 매일 여행일기를 블로그에 올릴 순 없었다. 그래도 계속 조금이라도 기록을 남겼다. 여행은 기록이 되었다. 

송태승 저자는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추천한다. 특히 직접 여행을 기획해 보면 좋다. 아이들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함께 하는 부모를 좋아한다. 좌충우돌 여행은 더욱 재미 있을 것이다. 아울러, 꼭 본인처럼 70일이 아니더라도 좋다. 해외가 아니러다도 단기간 국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안전한 여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빠딸여행'이 쉽진 않았다. 좌충우돌 여행에서 아빠와 딸은 온전히 서로를 알 수 있었다. 사진 = 하사전

송태승 저자는 『훌쩍 커버리기 전에』 63쪽에서 “아이들의 행복은 엄마와 아빠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자라납니다”라고 밝혔다. 아이들의 성장은 부모와 함께 시간 속에서 이뤄진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이번 여행을 통해서 가장 소중하게 느끼신 것들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아빠와 아이들만의 큰 추억을 만든 것 같아요. 아빠와 함께 했던 여행의 시간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성취감이요. 끝까지 여행을 마쳤다는 뿌듯함이 저와 아이들에게 있어요.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도 끝까지 마치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고 했고, 실제로 70일 여행 중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만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아내의 격려가 있었고 아이들은 힘을 내 주며 아빠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 여행을 함께 했던 저와 아이들만이 느끼는 무언가가 있답니다.  

△ 딸들과 함께 여행을 다닌다는 것이 참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혹시 동남아 국가들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 여행지를 선택할 때 어디로 갈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유럽도 생각했었는데 저희가 여행을 떠났던 12월이 유럽은 겨울시즌이라 해가 짧고 밤이 길거든요. 춥기도 하고요. 반면에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때가 건기라 여행하기에 좋았어요. 아이들과 배낭여행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어요.
그리고 동남아가 단지 멋진 바다만 있는 휴양지가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다양성이 있고 역사적으로도 볼 것이 많은 곳이에요. 언젠가 들은 얘기인데, 유적을 보러 여행을 나선다면, 유럽보다는 동남아시아를 하루라도 빨리 가보는 게 좋다고 합니다. 유럽에 있는 유적이나 보물은 세계인의 주목을 충분히 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보존될 반면, 동남아시아의 유적이나 보물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요. 사람들도 순수하고 물가도 저렴하고 저는 첫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어요. 

△ 방콕에서 1주일 간 합류한 것 이외에, 엄마는 왜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하셨나요? 피아노 교습소 운영 때문이었나요?
네. 아내는 피아노 교습소 운영으로 인해서 빠지기가 어려웠어요. 교습소는 강사를 둘 수 없고 혼자서 해야 하거든요. 장기간 빠지는 것은 어려워 겨울 학원 방학 기간에만 함께하는 것으로 했어요. 엄마와 여행할 때 좋은 점이 참 많아요. 아이들 잘 챙겨주고 보살펴 주는 세심함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여행은 아빠와 아이들만 함께 하는 시간이 되고자 했답니다.   

△ 현지 음식이 잘 맞지 않아, 아이들을 위해 베란다에서 라면도 끓이셨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어린 아이들이라 먹는 문제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잘 자고, 잘 먹고, 잘 누는(화장실) 것이라 생각해요. 이게 안 되면 여행이 힘든 경우들을 많이 보았어요. 자는 것과 화장실 문제는 아이들을 위해서 저렴한 호텔이라도 이용하고자 했어요. 그런데 먹는 것은 계속 한식을 먹일 수도 없고 해서, 그게 여행의 취지와도 맞지 않았어요. 여행 초반에 아이들이 음식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도 조금씩 적응했습니다. 여행 중 낯선 음식을 대하는 아이들에게 ‘이들에게는 소중한 음식이고, 여행자는 낯선 음식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네요. 음식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평범한 아빠의 '아빠딸여행']이라는 블로그에 여행일기를 계속 써오셨습니다. 매일 기록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기록의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그날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지치고 피곤해요. 빨리 누워서 쉬고 싶었어요. 아이들 씻기고 짐 정리하고 내일 여행을 준비하느라 하루를 마치기에 급급했거든요. 하지만 힘들어도 아이들에게 매일 일기를 쓰게 했어요. 저도 기록을 남김으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고요. 여행자는 꼭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듯해요.
사실 블로그에 그날 그날 다 올리지는 못했어요.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곳도 있었고, 시간을 들여서 자세히 정리해야 하는 일들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날의 중요한 일들은 간략하게라도 정리해서 임시저장 하고 나중에 다시 채워서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좋은 여행일기가 되었어요. 추억도 떠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여행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게 되었어요. 

△ ‘아빠딸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와 시간은 무엇이었나요? 그 이유는요?
라오스의 비엔티안입니다. 처음 여행 계획에서 비엔티안은 건너뛰려고 했어요. 여행자들의 후기를 보았을 때 비엔티안은 특별히 볼 것이 없다고 방비엥이나 루앙푸라방으로 바로 가라고 하더군요.
저는 태국 우돈타니에서 라오스 방비엥으로 바로 가면 아이들이 힘들 듯해서 하루밤을 비엔티안에서 보내고 그 다음날 방비엥으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날 밤 둘째 혜린이가 이가 아프다고 하는거예요. 저희는 치과치료를 위해 비엔티안에서 3박을 해야 했습니다. 여행 일정을 급하게 변경해야 했고, 아픈 아이를 바라보며 더 잘 돌보지 못한 죄책감까지 들더군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나마 비엔티안이었기에 좋은 치과를 찾을 수 있었고 잘 치료 받을 수 있었어요. 바로 방비엥으로 갔다면 이가 아파 제대로 여행도 못하고 치과를 찾기도 어려웠을거예요.  
준비했던 여행 일정이 틀어지고 아이가 아프면서 혼란스러웠지만 이 ‘충치사건’이 이번 아빠 딸 여행에 대한 새로운 마음을 가지는 시간이 되었어요. 마음이 가벼워지는듯 했어요. 내가 준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여정과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만 딸들과 함께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행의 순간들을 즐겨야 하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아이가 아프고 치과치료를 받는 것도 다 아빠 딸 여행이었던 것이에요. 오히려 비엔티안은 치과 치료뿐 아니라 엄마를 떠나 보낸 후유증에 있던 아빠딸에게 남은 여행의 힘을 얻게 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비엔티안 자체도 여행지로서 매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 있답니다. 

△ 바쁘다는 핑계로, 현실적 여건 때문에 자녀들과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혹은 주저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한 말씀해주신다면?
많은 분들이 제가 어린 딸들과 70일 여행을 한 것을 “꿈을 현실로 실현했다.” “용감하고 대단하다.”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 주세요. 정말 감사드려요. 그런데 저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모든 분들이 저처럼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꼭 아빠들이 엄마 없이 아이들과 여행을 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내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것이 70일일 필요는 없습니다. 휴가기간 4∼5일, 국내이든 해외이든 아빠가 내 아이와 손을 잡고 떠나보세요. 여행사에만 맡기지 마시고 여행을 준비해 보세요. 여행사에서 준비한 것처럼 매끄럽지 않으면 어떤가요. 그것도 다 여행입니다. 오히려 그런 좌충우돌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을거예요. 아이들은 완벽히 준비한 아빠가 아니라 함께 해 주는 아빠를 더 좋아한답니다. 
제가 여행했던 일정의 일부분을 참고하셔도 좋겠어요. 예를 들어 베트남 남부 여행 5일(나트랑 – 달랏 – 무이네 – 호치민) 또는 미얀마 고대여행 일주일 (양곤 – 바간 – 인레). 그렇게 겁낼 필요 없어요. 아이와 여행을 하면 더 많은 배려를 받게 된답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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