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2:15 (토)
[딸깍발이] 한반도의 봄
[딸깍발이] 한반도의 봄
  • 교수신문
  • 승인 2001.04.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4-17 10:33:15
올 봄은 유난히 더디게 찾아왔다. 많은 눈이 자주 내려서 봄이 오는 것을 방해한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한창 피어 있는 개나리꽃과 진달래꽃이 너무 반갑고 귀하게 여겨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흐름도 한반도에 봄이 오는 것을 방해하는 듯하다. 황국사관에 기초한 일본 우익의 역사 교과서 개정 시도가 성공하였고, 미국 우익의 집권으로 냉전이 다시 오는 듯하다. 일본과 미국의 국내적 변화가 한국의 날씨에 직접 영향을 미쳐서 남북관계가 정체 상태에 빠져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뉴밀레니움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가를 알게 해준다. 동시에 한국 위에 군림하는 세력이 어떤 세력인가를 잘 보여준다. 외교적 주권이 없는 한국이 여러 나라들 틈에서 밧줄을 타는 것 같아 참으로 위태로워 보인다.
세계의 많은 양식있는 나라들이 일본과 미국의 오만한 태도를 비판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만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시장과 미국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너무도 미약한 정부의 태도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국제관계는 어느 한 가지 측면만을 강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섣부른 대응이 큰 손해나 화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의 섣부른 태도에 대해서는 원칙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것은 새로운 세기를 진정으로 ‘새롭게’ 만드는 일이고, 20세기 한반도를 지배해온 ‘족쇄’에서 우리가 벗어나는 길이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냉전체제라는 족쇄를 부수고, 새로운 세기의 이념과 정책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제기해야 한다.
항상 반복되는 듯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실제로는 똑 같은 길 위를 두 번 지나지는 않는다. 역사는 언제나 새롭고, 언제나 도전을 요구한다. 이 도전을 과거의 논리가 아닌 미래의 논리로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사회만이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소란스러운 날씨 변화가 한반도의 봄을 가로막고 있다. 20세기 구질서의 마지막 잔재가 남아있는 한반도에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구질서의 기득권자들이 봄이 오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렵사리 다가오는 봄은 진정 새로운 봄이다. 우리는 새로운 봄을 원치 않는 기득권자들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구질서의 주인들이 더 이상 우리를 종속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주인으로서의 의연함과 단호함을 보여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